씨 뿌리는 계절 
씨 뿌리는 계절 
  • 송광택
  • 승인 2020.03.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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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는 계절 

빅토르 위고 

 

지금은 해질녘 

나는 문간에 앉아 

일하는 마지막 순간을 비추는 

하루의 끝을 찬미합니다. 

 

남루한 옷을 걸친 한 노인이 

밤이슬 젖은 땅에 

미래의 수확을 한줌 가득 뿌리는 것을 

마음 흐뭇하게 쳐다봅니다. 

 

그의 크고 검은 그림자가 

이 넓은 밭을 가득 채우니 

그는 계절의 소중함을 얼마나 믿고 있는지 

우리는 알겠습니다. 

 

농부는 넓은 들판을 

오가며 멀리 씨를 뿌리고 

손을 폈다가는 다시 시작하고 

나는 숨은 목격자, 혼자 쳐다봅니다. 

 

떠들썩한 소리 들려오는 저 그림자가 

장막의 깃을 펴며 

별나라에까지 이를 듯해 

나는 씨 뿌리는 이의 장엄한 모습을 지켜봅니다. 

 

 

뿌리지 않으면 거둘 없다

 

빅토르 위고(Victor Marie Hugo, 1802-1885)는 프랑스 시인, 소설가, 낭만주의 운동의 희곡작가이다. 그는 유명한 프랑스 작가 중 한 사람이다. 프랑스에서 위고의 문학적 명성은 먼저 그의 시로부터, 이어서 그의 소설과 희곡의 성취로부터 유래한다. 프랑스 밖에서 가장 유명한 그의 작품은 <레미제라블>(1862)과 <파리의 노트르담>(1831, 영어로는 ‘노트르담의 꼽추’로 알려짐)이다. 

그는 그림도 그려서 4천여 작품을 남겼다. 그는 사형제 폐지를 위해 캠페인을 전개하여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은 그의 업적을 다양하게 기리는데, 그 가운데 하나는 과거에 프랑스의 5프랑 화폐에 그의 초상을 넣은 것이다.

말년에, 위고는 가톨릭교회를 향해 늘 반감을 가졌다. 그는 교회가 군주제의 폭압 아래 신음하는 노동자 계급의 곤경에 무관심하다고 생각했다. 아마도 그는 자신의 작품이 자주 교회의 금서(banned books) 목록에 오르는 것 때문에 화가 났을 것이다.

위고는 가톨릭 언론에서 『레미제라블』에 대해 740번이나 공격을 했다고 말했다. 위고는 그의 두 아들이 죽었을 때 그들을 십자가나 사제 없이 매장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자신의 유언에서도 자신의 죽음과 장례 절차에 관해 동일하게 요청했다.

 

위고는 가난한 자의 편에 서서 살고자 했다. 그가 가난의 가져다주는 비극과 비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분명 그는 정의로운 세계, 배가 고파서 잠들지 못하는 이가 없는 세상을 꿈꾸었다.

시인은 해질녘 문간에 앉아 수확의 기쁨을 기대하면 씨를 뿌리는 농부를 본다. 그 모습은 장엄하기까지 하다. 파종이 가져다주는 추수의 기쁨을 농부는 앞당겨 맛본다. 그 농부를 바라보는 ‘숨은 목격자’인 시인도 그 기쁨에 슬며시 동참한다. 마음 흐뭇하게 쳐다본다. 땅은 결코 농부를 속이지 않으리라 믿으며.

 

파종이 없으면, 어찌 수확이 있으랴(没有播种,何来收获).-중국 격언


송광택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www.bookleader.org) 대표
크리스찬북뉴스(www.cbooknews.com) 편집 고문
바울의 교회 글향기 도서관 담당목사
한국기독교작가협회 고문
계간 국제문학 신인작품상 심사위원
고정필자 : 
유럽 크리스천신문, 월간 신앙세계, 월간 교사의 벗 '테마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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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들소리신문 독서칼럼, 한통신문 자문위원 & 인문고전 북리뷰 고정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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