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한순간도 내버려 둔 적이 없단다”
“나는 너를 한순간도 내버려 둔 적이 없단다”
  • mytwelve
  • 승인 2020.02.03 10: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자와의 만남-한근영 사모

신앙간증서 ‘나는 같이 살기로 했다’ 펴낸 개척교회 사모 한근영 씨
목회자 남편은 희귀난치성 질병으로 투병 중이고 아들은 불안증을 앓는 개척교회 사모가 최근 책을 냈다. “나는 같이 살기로 했다”(규장)다. 남편이 원인불명의 ‘섬유근육통 증후군’을 않으면서 간병과 살림, 생계를 도맡게 된 저자가 쓴 신앙간증서다. 그는 이 가운데 불안과 강박 증세로 집 밖으로 좀체 나서지 못하는 첫째 아들을 돌봤고, 발달장애가 있는 조카의 특수학교 통학도 도왔다.

어느 것 하나 명확히 해결될 기미도 보이지 않는데, 그 위로 겹겹이 문제가 쌓이는 상황. 이런 ‘압도적인 역경’은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저자 한근영(50) 인천 담트고길닦는교회(조혁진 목사) 사모를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만났다.

대학에서 문예창작학을 전공한 그는 프리랜서로서 기독교계 주요 출판사들을 통해 유명 목회자들의 자서전을 대필하며 생계를 유지했다. 그가 쓴 책은 50권 정도다. 오롯이 자기 글을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과 살림, 사역에 치여 하루하루가 바쁜 그가 책을 낸 건 자신처럼 고난받는 주변 지인의 권유 때문이었다. 발달장애아를 키우는 여동생은 “언니 글을 보면 숨이 쉬어질 것 같다”고 했다. 난소암 투병 중인 친구는 “잘난 사람이 아닌, 아픈 사람을 위한 글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힘든 삶의 여정이 약자에게는 위로가 될 수도 있다는 데 용기를 얻었다.

책에는 한 사모가 고난 가운데 하나님과 동행하며 아픈 이웃과 사는 이야기가 담겼다. 결혼 5년 차이던 2001년 교회 부교역자로 부임한 남편은 돌연 전신에 통증을 호소한다. 어떻게 누워도 잠들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극심했으나 병명은 쉬 밝혀지지 않았다. 당시 그는 둘째를 임신 중이었다. 남편은 결국 희귀난치병이라는 진단을 받았고 일상생활조차 힘겨운 상태가 됐다. “이 병엔 치료법이 없답니다. 하나님이 고쳐주세요”라고 기도했지만 아무런 응답도 듣지 못한다.

그럼에도 한 사모는 하나님께 기도로 매달리며 백방으로 최선의 치료책을 찾는다. 한 주에 하루 이틀 정도 운신할 체력만 가진 남편도 삶이 고달픈 이들을 위한 교회를 개척한다. 이런 헌신에도 상황은 쉽사리 나아지지 않는다. 고정 수입이 없어 통장 잔액이 바닥나고, 아들은 우울증의 일종인 불안증이 심해져 다니던 학교를 그만둔다. 그마저도 원인 모를 복통을 앓는다. 한 사모는 울며 이렇게 기도한다. “하나님은 왜 나를 내버려 두시나요. 나는 완전 사막 한복판, 어쩌면 망망대해 한복판에 버려졌어요. 어떻게 헤쳐나가라고요.” 그러자 속삭이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너를 한순간도 내버려 둔 적이 없단다.”

하나님에 대한 오해가 풀리자, 한 사모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다. 그러면서 피폐한 상황 속에 있는 남편과 아들, 이웃과 동행할 것을 다짐한다. 하나님이 함께하면 고난도 유익이 된다고 확신해서다. 그는 “고난 자체가 좋은 건 아니지만, 그때야말로 하나님이 나와 동행하는 황홀한 축복을 선명하게 느낄 수 있다”며 “환경이 바뀌지 않더라도, 이런 기쁨과 행복을 누리며 본질을 추구한다면 고난이 진정 축복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의 삶에 고난이 남긴 상처도 서서히 회복 중이다. 남편 건강은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나아졌다. 한 사모는 “예전에 갑자기 남편이 아플 땐 예배당에 이찬수(분당우리교회) 유기성(선한목자교회) 목사 설교 영상을 틀었다”며 “교인들이 종종 교계 어르신인 두 목사가 우리 교회 부교역자라고 농담하곤 했다”며 웃었다. 불안증으로 대학을 자퇴했던 첫째도 꿈을 향해 꾸준히 자기계발 중이다. 체력이 약해 고민이던 둘째는 현재 재학 중인 고등학교에서 전교 1등을 놓치지 않는다.

2008년 가정집에서 시작한 교회도 이제 198㎡(60평) 규모의 상가에서 5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성장했다. 각자의 역경을 품고 교회를 찾았던 성도들은 신앙으로 아픔을 회복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이웃을 섬기는 방법을 찾고 있다. 교회는 현재 노인복지전문가인 교인을 주축으로 교회 부설 ‘민들레 노인복지센터’를 세우는 일을 논의 중이다.

한 사모는 “하나님의 은혜는 거목 같은 거장에게나, 저같이 들풀 같은 평범 이하의 인생에게나 동일하게 부어진다”며 “어느 상황 속에서나 공평한 그분의 은혜를 체험하고 위로받는 이들이 많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원본링크] -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120345&code=23111657&sid1=se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