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여인의 비망록-이영신
꿈꾸는 여인의 비망록-이영신
  • mytwelve
  • 승인 2019.11.14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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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여인의 비망록
The journal of the dreaming woman

꿈을 찾아 집을 나섰습니다.
석양이 비취는 어느 날
너무 멀어져서 다시 돌아오는 길을 잃지 않도록
추억의 길 옆에 아름다운 꿈이 담긴 조약돌을 하나씩 놓고 왔었습니다.
이제 그 놓고 갔던 조약돌을 다시 하나하나 집어 들고 벗삼아 집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꿈은 기다림였나 봅니다.
이른 봄, 그 햇살을 받으며 새싹이 움돋길 기다렸습니다.
빗방울 떨어지는 우산 속에서도 더욱 견고하게 짙어질 나의 숲을 기다렸습니다.
겨울엔 꽃이 피길, 여름엔 비가 개이길 기다렸습니다.  푸르름을 보며 땀이 씻겨지길 기다렸습니다.
그러고도 누군가가 내 옆에 있어주길 기다렸습니다.

무더운 어느 날 우연히 잎이 무성한 나뭇가지 속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거기 나뭇가지 깊은 곳에 옹망졸망 이름모를 작은 새들이 보금자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여러 마리였습니다.  
평안함과 안전함을 누리기라도 하듯 말입니다.
고개를 돌아보니 내게도 커다란 숲이 둘려져 있었습니다. 
나는 점점 작아져서 저 새 중의 하나가 곧 내가 된 듯합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 모두가 내게 베풀어진 선물였습니다.
따가워서 가리웠던 봄빛은 이내 꽃을 피웠고,
여름비가 내리면 신록은 더욱 푸르렀습니다.
가을바람은 내게 먼 나라 얘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겨울 얼음장 밑에서 올라오는 생명의 숨소리도 가만히 내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빛과 바람. 빗소리와 새소리. 함께 울고 웃던 가족과 재잘대던 친구들, 
이 모두가 내게 선물이고 축복이었습니다.
숲은 언제나 거기 그렇게 있었습니다.
그 속에서 한 작은새는
한층 키가 자란 숲그림 앞에서 더욱 더욱 더욱 작아집니다.

꿈은 기다림였습니다.
무엇을 기다렸는지.
숲 속에 난 그 길을 지나보니 그 속에 내가 있습니다.

“꿈꾸는 여인-꿈을 부르다”의 테마는 30년이상 그림 작업 중에 20여 년간 지속된 나의 그림 테마로서 ‘나를 찾아가는 여행’을 그리는 작업이다. 
그 여행은 ‘관계들’이다. ‘나와 절대자의 관계’ ‘타인과의 관계’ ‘내 속안에 수많은 나와의 관계’ 이들과의 조화와 화해를 꿈꾼다. 거친 붓 터치의 흩어짐과 모으는 작업을 반복하는 일련의 과정과 함께 색상의 유동적 표현에서 오는 음악적 리듬감은 ‘관계’에 대한 회복을 설정한다.
최근 6여년 전부터 ‘꿈꾸는 여인’에 한복을 입혔다. 한복은 어릴 적 인형에 한복을 입히며 놀았던 내 안에 묻혀 있는 나의 고향이다.
(이영신 작가노트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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