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가 공동체를 살린다
참여가 공동체를 살린다
  • 성현
  • 승인 2019.11.01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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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별이 사라졌다. 최근 활발하게 활동 중이던 연예인 한 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그녀가 대중의 이목을 끌던 연예인이어서 별이라는 게 아니다.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빛을 내는 별이다. 세상에 한 생명이 사라짐은 곧 하나의 별이 사라지는 셈이다.

하루에도 세상의 수많은 별이 자신의 수명을 다하고 사라진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유독 이번 일을 많은 사람이 안타까워한 까닭은 그 연예인에게 평소 악성 댓글이 많았고, 그녀가 그로 인한 고통을 종종 호소했기 때문이다.

무엇이 그녀가 자신의 빛을 스스로 꺼뜨리게 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그런 악성 댓글이 그녀의 심신에 심각한 영향을 줬을 거라는 사실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일상에서 누군가에게 작은 비난을 받거나 호의적이지 않은 시선만 느껴도 위축되는 게 보통 사람의 심정이다. 비난과 악의로 가득 찬 수백 혹은 수천 개 댓글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까. 그래서 이번 사건은 사이버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익명성이라는 특징이 나쁜 방향으로 작동할 때, 얼마나 해로운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한다.

거리마다 가득한 CCTV에 내 일상이 찍히고 내가 올린 글과 사진이 나도 모르는 새 전 세계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세상에서 사람들은 점점 자신을 드러내는 게 조심스러워진다. 내가 했던 말조차 누군가 임의로 편집해 왜곡할 수 있고 2차 3차로 재가공돼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는 세상이다.

그러다 보니 내가 생각한 바를 소신껏 밝히기보다 비난받지 않는, 무난한 의견을 낸다. 자기 검열이 일상화되고 정직하게 세상과 만나기가 어렵다. 서툰 생각이 여물어가는 시간을 허락하지 않는다. 실패하며 배우는 대신 포장과 위장에 능숙해진다.

참여는 사라지고 참견만 가득한 세상이다. TV를 켜고 유튜브에 접속해도 모두 남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훈수만 둔다. 그럴수록 상황은 자극적으로 흐르고 반응은 즉흥적이다. 특정한 업종에서 일해 보면, 대중매체에 그 업종의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섣불리 판단하지 않게 된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점이 전부가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한 번 더 뒤쪽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실체를 파악해 보게 된다. 참여해 본 사람만이 땀과 눈물의 시간을 이해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부르실 때 ‘나를 따르라’며 초청하셨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이익과 편리만 취하는 군중은 제자가 될 수 없었다. 매 순간 적합한 말과 행동으로 사람들의 모범이 되지 못했고 예수님의 고난을 끝까지 함께하지 못했을지라도 주님은 실패한 제자들을 부활의 증인으로 세워 주셨다.

모든 생명체는 비틀거리고 찢기며 자란다. 멈춘 듯한데, 어느새 도약해 살아있음을 증명해 낸다. 기다림과 적절한 격려가 필요할 따름이다. 쏟아지는 비를 원망하기보다 빗속으로 달려가 비를 맞고 있는 누군가에게 우산을 씌워줄 사람이 필요하다. 오물이 범람한 거리를 마주칠 때, 비난하며 피하는 대신 함께 치워줄 사람이 필요하다.

사역하며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어느 단체나 개인의 모자란 점이 보인다면, 바로 그 사람이 보완해 줄 사람이라고.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이 나에게는 유독 크게 보인다면, 나만큼 그 일을 잘 해낼 수 있는 이가 드물 거라고.

다툼이 잦았던 것으로 보이는 빌립보 교회에 바울은 말한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빌 2:3~4)

말로 옳고 그름만 따지지 말고 몸으로 섬기며 참여하는 사람이 많아질 때, 교회가 살아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진리는 같다. 참견이 아닌 참여가 공동체를 살린다.

성현
서울 신촌에 있는 기독교 영화관 ‘필름포럼’의 대표이며, 주일에는 영화관에서 예배를 드리는 ‘창조의 정원교회’ 담임목사이다. 장로회신학대학원(M.Div.)과 실천신학대학원(Th.M./예배학 Ph.D.)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기독교영성을 기반으로 삶과 신앙을 잇는 강연과 설교를 하고 있다. 마이트웰브 팟캐스트 '성현의 제목이 좋아서 읽는 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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