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 최상의 종교개혁을 이룬 도시
에든버러 : 최상의 종교개혁을 이룬 도시
  • 황희상
  • 승인 2019.09.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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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든버러는 스코틀랜드의 주도(州都)이다. 에든버러 성과 국회의사당 사이에 닦인 1마일 길이의 메인 도로(로열마일)를 중심으로, 수백 년 역사가 중첩된 곳이다. 도시의 건물들은 그 자체로 타임머신 역할을 한다.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중심지이기도 하고, '해리포터의 도시'이기도 한 이곳 에든버러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종교개혁의 흔적을 찾아보자.

이 도시는 고지대와 저지대로 이루어져, 도보 여행자는 머리를 잘 써서 동선을 짜야 한다. 안 그러면 본의 아니게 체력전이 된다. 로열마일이라는 기다란 오르막길(서고동저)을 따라 대부분의 답사 지점이 위치해 있으므로, 중간에서 왔다 갔다 오르내리기보다는 “로열마일 아래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차근차근 보는 것이 좋다. 자연스러운 동선이므로 지도에 따로 번호를 붙이지는 않았다. 에든버러 일정은 투어 그 자체에 걸리는 시간만 생각하면 하루에도 가능하나, 이동시간 등을 고려하면 1박 2일 이상을 쓰는 것이 합당하겠다.

우선, 아침 일찍 전체적인 조망을 위해 칼튼 힐(지도 우측 상단의 언덕)에 올라가 보자. 올라가다 보면 항구 지역과 멀리 바다도 보인다. 반대편에서는 에든버러 구도심 전체가 보인다. 시간적 여유가 있는 경우 더 높고 넓은 홀리루드 파크(지도 맨 오른쪽)에 가봐도 좋겠지만, 칼튼 힐은 시간이 짧은 여행자에게 좋다. 바쁜 여행자들은 이곳을 건너뛰되, 그랬다면 에든버러 성에는 반드시 올라가서 도시 전망을 보자. 칼튼 힐과 에든버러 성, 둘 중 하나는 올라가 줘야 한다.

로열 마일 맨 아래에 있는 홀리루드 궁전에서부터 본격적인 답사를 시작하자.

이 궁은 스코틀랜드의 초기 종교개혁 당시 왕실 거주지로 쓰이던 궁전이다. 존 녹스가 메리 스튜어트 여왕에게 소환되어 설전을 벌였다는 바로 그 궁전이다. (“특강 종교개혁사” p.96~97 참조) 이곳에 갈 때는 주의사항이 있다. 여름에 가끔 영국 여왕이 여기서 머물 때가 있는데, 그때는 관람을 포기해야 한다.

로열마일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오른쪽에 “존 녹스 하우스”가 보인다. 가이드에 따라 ‘존 녹스 생가’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렇지는 않고, 에든버러에서 종교개혁에 한창 힘쓰던 시기에 10년 정도 살았던 집을 후대에 박물관으로 개조한 것이다.
 

종교개혁 탐방객 필수 방문 코스이다.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라는 계명의 요약이 문설주(?)에 적혀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이 도시의 중심부, 세인드 자일스 교회당 앞 광장이 나온다. 이곳은 말하자면 에든버러의, 아니, 스코틀랜드 종교개혁의 심장부라고 할 수 있겠다. 특히 스코틀랜드 제2의 종교개혁(“특강 종교개혁사” p.141~145 참조)이 바로 이곳에서 촉발된 폭동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로마 가톨릭 형태로 다시 돌아가고자 했던 국왕의 정책에 반대하여, 이곳에서 예배 도중에 한 여인이 의자를 집어 던진 사건이 계기가 되었다. 그때 던졌던 의자와 같은 종류의 의자가 이 교회당에 전시되어 있다. 

이곳 광장 바닥에는 과거에 죄인들을 처형하던 장소를 표기해놓은 돌판과 말뚝이 꼽혔던 흔적이 있으니 찾아보자. 특히, 대담 스미스 동상 근처에 있는 머캣 크로스라는 지점은 스코틀랜드 제2의 종교개혁의 주역 중 한 분이었던 제임스 거스리 목사가 처형된 곳이다.

세인트 자일스 예배당에 들어가 보자.
 

개신교 예배당이지만, 현대에 와서는 유럽의 여타 성당들과 별 구별됨이 없이 관광지의 모습을 회복(?)했다. 소원을 비는 촛불까지 등장했으니... 종교개혁이란 시작하기도 어렵지만 유지하고 계승하기도 어려운 모양이다.

한쪽에는 존 녹스의 동상이 덩그러니 서 있다. 제발 성경을 보고 성경대로 하자는 존 녹스의 양손 손가락의 위치를 주의 깊게 살펴보자.
 

장로교회의 아버지라 불리는 존 녹스의 묘소가 세인트 자일스 교회 주차장 23번 아스팔트 바닥 밑에 있다. 아마도 탐방팀에게 가장 충격적인 모습이 아닐까 싶다. 지금은 그래도 몇 년 사이에 한국인 답사객이 많이 방문해서인지, 묘지 기념비를 조금 더 그럴듯하게 만들어두었다고 한다.

조금 더 올라가서, 스코틀랜드 장로교회 신학교 건물에 가보자. 유럽의 다른 도시들처럼 이곳도 대학 캠퍼스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시내 여러 건물을 대학에서 쓰고 있다.

그 수많은 대학 건물 중에서도, 장로교회 신학교로 쓰이는 건물이 이곳이다. 입구로 들어가면 왼쪽에 존 녹스 동상이 보인다.
 

이 장면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영화 '불의 전차'에서 주인공이 이곳을 달려 들어가며 존 녹스에게 인사를 던지며 지나가는 장면이 있었다. 신학교 내부를 투어할 수는 없으나, 혹시 이곳에 유학 중인 한국인을 안다면 개인적으로 탐방객의 답사를 도와달라고 부탁할 수는 있겠다. 필자의 경우 당시 박사과정으로 이곳에서 연구하던 이재근 교수님의 도움으로 학교 내부를 탐방할 수 있었다.

이제 로열마일의 가장 높은 지점까지 왔다. 에든버러 성에 들어가 보자.

절벽 위의 에든버러 성. 정말 천혜의 요새다. 적들이 가파른 절벽과 튼튼한 성벽을 보면 저곳을 애써 공략할 마음이 사라졌을 듯하다.
 

성 뒤편에서 찍은 사진. 저길 어떻게 올라가나. 딱히 방어가 필요 없었겠다. 궁수 두어 명만 있으면 될 듯하다. 

 

성문을 지키는 좌우의 인물은 잉글랜드에 맞서 싸웠던 13세기 스코틀랜드의 국민영웅 William Wallace와 Robert Bruce의 동상이다. 성 내부는 입장료가 꽤 비싼 편이니, 선택하자. 종교 개혁지 탐방에서 이곳 내부 관람은 필수는 아니다. 들어가면 온통 돌로 된 성벽과 성문들, 그리고 대포 등... 요새다운 모습이긴 한데 그 밖의 볼 것은 거의 없다. 물론 궁전과 박물관 등 전시물을 볼 수 있는 곳은 있으나, 종교개혁 당시의 모습을 연상하기는 쉽지 않다. 관련된 책이나 영화를 좀 접하고 간다면 또 다를 것이지만, 그래도 상상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대신에, 전망은 끝내준다. 지대가 높아서 에든버러시 전체를 포함한 근교까지가 훤히 내다보인다. 칼튼 힐에서 본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일 것이다.

이제 로열마일을 벗어나서, 에든버러 대학이 있는 쪽으로 걸어 내려가자. (지도의 파란 선 참조)

여기서는 핵심 장소 하나만 소개하자. 스코틀랜드 제2 종교개혁의 중심지 “그레이 프라이어” 교회 건물에 들러보자. 이곳은 국민언약이 체결된 감격스럽고 영광스러운 장소였던 동시에, 이후 왕정복고가 된 뒤에 스코틀랜드의 개혁자들이 극심한 탄압을 당하던 시기 1,200명 가까운 사람이 학살당했던 끔찍하고 슬픈 장소이기도 하다. 교회당 안으로 들어가면 국민언약 체결장소가 기념되어 있다. 마당에 가보면 기가 막힌 장면이 보일 것이다. 종교개혁자들을 감금했던 감옥이 보이는데, 그 바로 옆에 있는 화려한 묘지는 바로 그들을 처형시키는 일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기이한 느낌이 드는 장소일 것이다.

에든버러는 꼭 종교개혁지 탐방이 아니더라도, 그 중첩된 역사의 현장으로서 답사 가치가 어마어마한 곳이다. 슬쩍 들렀다 떠나는 곳이 되지 않도록 반드시 1박 이상, 가능하면 2박 이상을 잡아서 천천히 답사하자. 위 순서에는 없지만, 그레이 프라이어 교회당 바로 앞에 있는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도 꼭 들어가 보면 좋겠다. 그리고 에든버러를 거점으로 삼고, 스코틀랜드 북서부 하이랜드 지방을 투어하거나, 에버딘 또는 세인트앤드루스를 다녀오는 여행도 참 좋을 것이다.

다음 글에서 세인트앤드루스를 당일치기로 다녀와 보자.


황희상
기독교 교리, 역사, 교육 등의 책을 집필하는 작가이다. 『특강 소요리문답』과 『지금 시작하는 교리교육』은 한국교회에 교리교육의 바람을 일으켰으며, 『특강 종교개혁사』는 ‘웨스트민스터 총회’에 대한 충실한 소개로, 종교개혁의 후손들이 지향할 바가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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