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도가 전부다
태도가 전부다
  • 성현
  • 승인 2019.07.0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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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수련회가 하나 있다. 대학 시절 섬겼던 선교단체에서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친구들을 초대해 복음을 전하는 수련회였다. 일주일 동안 그들이 오해하고 있는 기독교 신앙에 대해 변증하고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의 아름다운 모습을 전해주는 프로그램이었다.

수련회 조원들과 성경공부를 하고 대화의 시간도 가지며 충분히 기독교 신앙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제공했다. 그렇게 일련의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수련회 막바지 즈음엔 참석자 대부분이 예수님을 영접했다. 보람 있고 기뻤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해 수련회에서 나는 부조장으로 섬기고 있었는데, 같은 조에 속했던 다른 대학의 한 살 어린 후배가 유독 질문을 많이 했다. 성경공부를 함께하면서도 계속 고개를 갸웃거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이 수련회가 자신과는 맞지 않는다며 힘들어했다. 조장으로 섬겼던 자매는 그 후배의 반응에 안타깝다며 울었다. 후배 역시 믿기지 않는데 억지로 믿겠다고 할 수는 없기에 난감해 했다.

그날 밤, 저녁 집회를 마친 후 숙소로 들어가다가 그 후배와 야외수영장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그는 내게 한 가지씩 자신이 갖고 있던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모태신앙인이었지만, 나 역시도 많은 의문이 있었던 까닭에 그의 답답함이 충분히 이해됐다.

설명해 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그의 질문에 답하기 시작했다. 답변은 다시 질문으로 이어졌고 설명하고 질문하기를 반복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 채 계속되던 대화가 어느 순간 멈췄다.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그 후배가 안경을 매만지며 차분한 어조로 내게 이렇게 말했다. “형, 이제 더는 하나님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네요.” 시계를 보니 새벽 3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이튿날 아침 전체 모임 시간에 예수님을 영접하기로 결단한 사람들에게 일어날 것을 요청하자 그 후배는 응답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1년 후, 섬겼던 선교단체의 전국수련회가 있던 늦은 밤의 일이다. 까맣게 잊고 있던 그 후배가 숙소로 찾아왔다. 밖에서 잠시 만나자고 했다. 내심 1년 전, 나와의 대화가 지나고 보니 틀린 것 같더라는 항의를 받을까 봐 살짝 염려됐다. 기우였다. 후배는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믿은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오늘 밤 하나님께서 자신을 선교사로 부르셨다며 그래도 되는지 내게 물었다. 안될 게 어디 있느냐며 축하하고 함께 기뻐했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복음의 능력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그렇지만 하나님을 믿기 어렵다던 그와 대화를 나누던 그 밤의 대화는 신학을 전공하고 난 지금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모두 다 맞는 내용은 아니었다. 부족했고, 다소 편협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날 진심으로 그의 상황을 이해하며 복음을 전하려 했던 나의 태도 자체를 사용하신 게 아닌가 생각된다.

다 맞는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상대방의 얘기를 듣기 싫을 때가 있다. 그 얘기를 하는 사람의 태도에 마음이 상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표정 말투 몸짓에서 상대방을 존중하지 않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복음이 진리라고 해도 우리의 태도가 복음의 정신을 담아내지 못한다면 왜곡돼 전달될 가능성이 크다.

아직 기독교 신앙을 갖지 않은 분들과 만나면 종종 듣게 되는 얘기가 있다. 기독교는 무례하다는 것이다. 일부 기독교인이 무례할 수는 있지만, 전체가 그런 건 아니라고 얘기해도 소용없다. 차라리 그렇게 보였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게 낫다. 그래야 대화가 시작된다.

바울은 말한다. 유대인들에게는 유대인처럼, 율법 없는 자들에게는 율법 없는 자처럼 대하는 것이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는, 복음에 참여하는 자의 자세라고.(고전 9:20~23) 사람들은 복음의 내용 이전에 그것을 전하는 사람들의 삶을 본다. 매일 만나는 기독교인들의 태도를 본다. 나에겐 부분일지 몰라도 나를 만나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태도가 전부다. 태도가 중요한 이유다.

성현
서울 신촌에 있는 기독교 영화관 ‘필름포럼’의 대표이며, 주일에는 영화관에서 예배를 드리는 ‘창조의 정원교회’담임목사이다. 장로회신학대학원(M.Div.)과 실천신학대학원(Th.M./예배학 Ph.D.)에서 신학을 전공했으며 기독교영성을 기반으로 삶과 신앙을 잇는 강연과 설교를 하고 있다. 마이트웰브 팟캐스트 '성현의 제목이 좋아서 읽는 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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