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어가기: 파리 시내 당일치기 추천 코스
쉬어가기: 파리 시내 당일치기 추천 코스
  • 황희상
  • 승인 2019.06.13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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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지 탐방이라 해도 너무 성당이나 교회 건물만 찾아다니는 여행은 재미가 없다. 여행은 볼 것도 봐야 하고 즐길 것도 즐겨야 한다. 그래서 항상 코스를 복합적으로 짜야 한다. 파리에서 하루만 쓸 수 있다면 추천하는 코스를 하나 제시한다. 시작점은 보통 공항 등지에서 파리 구시가에 접근하기 가장 좋은 RER Les Halles 환승역이다. 우리로 치면 ‘서울역’ 앞을 생각하면 된다. 이번 글은 지도에 표시한 숫자를 참조하면서 읽어보자.

1. 첫 방문지는 역에서 도보로 3분이면 도착하는 "이노성 분수(Fontaine des Innocents)"이다. 분수 조형물 그 자체는 우리에게 큰 의미는 없지만 해당 장소는 프랑스 위그노 박해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이곳은 파리 중심의 공동묘지로 사용되던 수도원이었는데 지금은 정비되어 공원이 되었다. 정비 사업을 하는 동안 이곳에서 엄청난 숫자의 유골이 나왔는데 그중에 학살당한 위그노들도 많이 있었을 거라는 추정은 충분히 가능하다. 쌩 이노썽에 묻힌 사람 중엔, 앙리 4세의 결혼식 때 살해당한 위그노들도 있고, 종교재판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수많은 신교도들도 있다. 그런 까닭에 쌩 이노썽 역시 숙연함을 더해주는 역사의 현장이다.

2. 이노성 분수 광장에서 남쪽으로 건물에 막힌 것처럼 보이지만, 잘 보면 사람이 다니는 구멍이 보인다. 그곳을 통과하면 골목길이 나오는데, 곧바로 뒤로 돌아서서 올려다보면 앙리 4세 이름이 적힌 명패가 있을 것이다. 이 거리가 바로 앙리 4세가 극단주의자 가톨릭교도들에게 계획적으로(우발적이 아님) 암살을 당한 곳이다.

3. 그 거리를 따라 동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바닥에 앙리 4세 암살 현장 기념석이 있다. (특종이 132쪽 사진 참조) 주위의 화려한 가게들과 카페에 눈을 빼앗기면 자칫 발견하기 어렵다. 바닥을 잘 보며 걸어가보자. 지도상에 점 콕 찍어둔 바로 그 위치이다.

4. 한국의 파리바게뜨가 겁도 없이 파리 시내에 진출해서 매장을 냈다. 파리바게뜨의 파리지점이랄까? 물론 직원들은 한국인이 아니며, 맛도 한국의 맛이 아니다. 지나가는 길에 그냥 잠깐 구경하거나, 달짝지근한 빵과 커피 한 잔으로 당을 보충하자.

5. 그 유명한 ‘퐁네프’. 강변을 따라 이곳까지 걷는 거리가 예쁠 것이다. 관광객 호구를 노리는 노점상에 눈 돌리지 말고 곧장 다리 위로 걷자.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경치는 어느 방향이든 매우 좋다.

6. 퐁네프를 다 건너면 오른쪽에 동상이 있다. 가까이 가서 파리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 한복판에 세워진 동상이 누구의 것인지 확인해보자. 앞의 2번과 3번에서 만났던 사람이다.

7. 우측에 식당가가 즐비한 거리를 따라 좌측의 시떼 섬 경치를 구경하며 걷다 보면 예쁜 광장이 나온다(생 미셸 광장). 여기서부터 골목마다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예쁘고 멋지고 화려하고 맛있어 보이는 식당들이 뻗어있다. 대학가 먹자골목의 시작이다. 천사 미카엘의 동상을 세운 꽤 규모 있는 분수대에서 알 수 있듯이 생 미셸이란 이름은 이 동상에서 따온 것이다. 파리에서는 그 동네에서 순교했던 사람을 성인으로 삼고 그 성인을 주요 모델 삼아 성당을 세우고 유골이나 동상으로 기념한다. 우리나라에서 소설 속 인물인 홍길동을 기념하면서 두세 군데 지역에서 경쟁하듯 홍길동 생가(?)를 세우고 지역 수입원으로 삼으려는 모습들이 떠오른다.

8. 지도에 표시한 골목으로 들어서면 비교적 알맞은 가격의 식당들이 있다. 여기서 한끼 식사를 제대로 하시길 추천한다. 파리에 왔으니 3코스 식사는 기본이다. 앙뜨레, 메인, 디저트의 3코스.

9. 유명한 서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이다.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후속작인 ‘비포 선셋’에서 중년이 된 남녀 주인공이 재회하는 장면을 이곳에서 찍었다. 아주 오래된 서점이며, 실제로도 과거에 유명 작가와 예술인이 모여서 토론도 하고, 서로 영감을 주고받던 공간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요즘은 책을 좋아하는 국민이 많은 프랑스에서조차 전통 서점들이 사라져간다고 한다. 이곳도 엄연히 장사하는 서점인데 고객은 별로 없고 구경꾼만 넘쳐나서, 서점 직원들이 예민한 편이다. 에티켓을 지키며 둘러보자. 구석구석에 합판으로 대충 만들고 천을 덮어씌운 의자와 간이 책상 등이 놓여있다. 2층 다락방엔 피아노도 있다. 각 코너마다 전시된 프랑스 신간들도 구경하자. 새로운 영감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10. 다리를 건너면서 노트르담 사원을 바라보자. 그리고 광장을 넓게 돌면서 먼저 사원 서쪽문(파사드) 전경을 넓게 관찰하자.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관찰하자. 만약 여러분이 갔을 때 화재로 인한 복원이 다 이루어져 내부 입장이 가능하다면, 줄이 좀 짧아지는 타이밍을 노려서 사원 내로 진입하자. 내부는 어둡고 복잡하지만, 천천히 충분한 시간을 보내기를 권한다. (참고도서,  “특강 종교개혁사” p.270~283)

11. 사원 북쪽을 둘러 가며 외부 장식을 관찰하고, 사원 동쪽 공원까지 둘러본 뒤에, 공원에 앉아서 좀 쉬자. 이곳이 평화롭다. 아까 서쪽 광장에는 앉아서 쉴 곳이 없고 사람이 너무 많다.

12. 이곳은 서울의 시청 앞 광장을 생각하면 된다. 온갖 거리공연이 펼쳐지기도 하고, 자기주장을 표현하는 분들이 모여계시기도 한다. 건물도 참 아름답다. 파리의 대표적인 건축물 중 하나.

13. 큰길로 직진하면 빠르지만 지도에 표시한 동선으로 걸어보시기를 권한다. 거리가 참 아름답다. 그리고 유명한 조각 공원이 나온다. 공원도 예쁘지만, 주위에서 놀고 있는 사람들이 죄다 예술가처럼 보인다. 단체관광객이 쓸고 지나가는 순간만 아니라면 말이다.

14. 퐁피두 센터이다. 현대미술관 개념인데, 생긴 것부터가 참 예술적으로 생겼다. 관심이 많은 분은 내부를 보시고(입장료 유료) 그렇지 않은 분은 외부 엘리베이터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간 뒤, 외벽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꼭대기로 올라가 보자. 그곳에서 바라보는 파리 시내 경치는 에펠탑이나 몽마르트르 그 이상이다. 이곳에 가봤다면 굳이 에펠탑에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 말이 나와서 말인데, 에펠탑에 올라가서 사진을 찍어봤자 정작 ‘에펠탑이 안 보여서’ 사람들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참사가 벌어지고, 몽마르트르는 소매치기의 활동이 매우 활발한 곳이라 부담스럽다. 여유가 있는 분은 이곳 옥상 카페에서 에스프레소라도 한잔 마시면 좋겠다. 필자는 너무 비싸서 그냥 나왔지만.

위의 열네 개 코스를 돌아보는데 걸리는 시간은 -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 아무리 짧아도 대략 5~6시간 예상한다. 코스마다 15분씩 기본으로 머문다 치고, 밥 먹는 데 1시간 잡고, 서점과 노트르담에서 각각 30분씩 잡았을 경우에 말이다. 물론 꼼꼼히 보시는 분들에겐 한없이 길어질 코스이다. 참고로 필자는 이 코스를 2일에 나눠서 돌았다.


황희상
기독교 교리, 역사, 교육 등의 책을 집필하는 작가이다. 『특강 소요리문답』과 『지금 시작하는 교리교육』은 한국교회에 교리교육의 바람을 일으켰으며, 『특강 종교개혁사』는 ‘웨스트민스터 총회’에 대한 충실한 소개로, 종교개혁의 후손들이 지향할 바가 무엇인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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