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나에게 말한다
슬픔이 나에게 말한다
  • 저자극 감성채널
  • 승인 2019.06.07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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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이 기쁨에게>라는 시가 있다. 

슬픔이 기쁨에게 _ 정호승

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
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
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
귤 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
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
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
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떄
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는
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
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
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
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
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
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
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

 

슬픔이 세상에서 슬퍼 울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고통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슬픔이 구질구질 해 보이고 천덕꾸러기 같아진 세상을 향해 ‘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말하고, ‘슬픔의 힘’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인의 말이 신선하게 다가왔었다.

한동안 슬픔을 애써 외면하던 시절이 있었다. 슬픈 일이 있어도 눈물을 꾹 참고 웃음을 지어보였다. 위기가 있어도 대수롭지 않게 툭툭 털어낼 수 있는 것이 건강한 거라고 생각하며, 아픈 일이 있어도 상처받는 일이 있어도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여겼다. 들으면 우울해지는 것 같아서 어릴 때부터 좋아하던 슬픈 발라드도 일부러 듣지 않았다.

이런 나를 보며 나의 오랜 친구가 이렇게 말했었다.
“넌, 가끔 굉장히 심각하고 마음 아픈 얘기를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이야기 하더라? 그걸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어.”

그러면서 그는 눈시울이 붉어졌고, 나는 왈칵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서 그에게 조용히 웃어주었다.
“난 괜찮아..”하는 맘으로. 

그러나 정말 괜찮은 것일까? 괜찮지 않은 일을 당해도 괜찮은 것이 슬픈 일을 당해도 슬퍼할 수 없는 마음이 대신 슬퍼해주는 친구가 고맙기도 부럽기도 해서 울 수도 웃을 수도 없는 마음이 되었었다.
뭐든지 마냥 좋았던 어린 시절과 세상의 모든 슬픔이 내 슬픔 같았고, 내가 슬픔의 중심에 있는 것 같았던 청년시절을 지나, 한 살 한 살 나이를 더 먹어간다. 경험은 점점 더 많아지고, 상상할 수 없던 부조리가 그럴 수도 있는 일이 되어간다. 상처받는 일들은 더 많아지는데, 표현할 수는 없어서 마음의 슬픔은 더 깊어져간다.
가벼운 웃음과 유흥, 귓가에 스쳐지나가는 신나는 멜로디에 슬픔을 날려버린다.

오랜만에 듣는 그녀의 목소리는 내게 잃어버린 눈물을 가져다주었다.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어떤 열매도 없고 기다림과 고독과 고통뿐인 그녀의 사랑은 나의 고통과 슬픔이 헛된 것은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아픔의 시간도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조용히 아주 조용히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늘 지나다니는 환승역에서 그녀의 목소리만큼 조용히 눈물을 흘리며 걸어갔다.

 

사랑이 아니라 말할지 말아요 
작사/작곡 김동률 _노래 이소라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보이지 않는 길을 걸으려 한다고
괜한 헛수고라 생각하진 말아요.
내 마음이 헛된 희망이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정상이 없는 산을 오르려 한다고
나의 무모함을 비웃지는 말아요.
그대 두 손을 놓쳐서 난 길을 잃었죠.
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사랑인걸요.
그대 두 손을 놓쳐서 난 길을 잃었죠.
허나 멈출 수가 없어요 이게 내 사랑인걸요.
내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는 말하지 말아요.
그대 없이 나홀로 하려 한다고
나의 이런 사랑이 사랑이 아니라고 나를 설득하려 말아요.

 

슬픔은 인생의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타인의 아픔에 공감해주는 따뜻함이며, 인생의 파도를 넘어가게 하는 힘이다.
성경의 전도서에도 이런 말이 있다. 울 때가 있고 웃을 때가 있으며 슬퍼할 때가 있고 춤출 때가 있다고,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지으시고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신다고. 슬픔 또한 인생의 아름답게 하시는 때의 일부분이지 않겠는가.

때로는 슬픔이 내게 말한다.
슬플 때는 마음껏 슬퍼해도 된다고.
눈물을 펑펑 흘리면서 울어도 괜찮다고.
마음껏 울 수 있는 네가 더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지금의 슬픔의 너의 힘이 될 거라고.


함은진
Artist, Vocal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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