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하나님,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
  • 이태형
  • 승인 2019.05.14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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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이야기

어머니는 이 땅을 떠나기 전 2년 동안 사물을 인지하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지내셨다. 뇌출혈로 쓰러지기 전날까지도 출입에 불편이 없었고 기도 생활에 철저했다. 베다니 마리아와 같은 ‘신부의 영성’을 지니셨다. 아버지가 7년간 파킨슨병으로 고생하다 돌아가셨기 때문에 우리 가족의 한결같은 기도 제목은 “어머니는 잠자듯 평안하게 주님 만나게 해주세요”였다. 어머니는 하나님이 우리 형제의 기도를 들어주시리라 믿기에 충분한 믿음과 기도의 삶을 사셨다. 그러나 어머니는 밤에 양치하다 화장실에서 쓰러지셨고 아침에 발견됐다.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 우리 형제들의 마음에 한이 됐다.

목숨은 건지셨지만, ‘살아도 산 것’이 아니었다. 중증 요양병원 침대에서 눈만 떴다 감았다 하시는 어머니를 뵐 때마다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 이게 최선입니까.” 나는 “우리가 천국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할 말은 ‘아, 하나님 바로 이랬었군요’라는 고백일 것”이라는 CS 루이스의 이야기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어머니는 지금 천국에서 예수님의 신부로 기쁨의 삶을 살고 계실 것이다. 그날에 모든 인생의 아이러니가 풀릴 것이다. 그것을 믿는다. 그럼에도 이 땅에서 헌신적 믿음의 삶을 사셨던 어머니의 마지막은 쉽게 해석되지 않는다.

교회 오빠

16일부터 상영되는 영화 ‘교회 오빠’를 보았다. 영화의 내용은 서정적인 제목과는 정반대였다. 이관희 집사라는 한 선한 믿음의 사람이 대장암 말기로 고통 속에서 이 땅을 떠나는 몇 년간의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담은 영화였다. 교회에서 만난 아내와 갓 태어난 딸의 이야기가 처절하게 펼쳐졌다. 영화를 보면서 많이 울었다. 나뿐 아니라 언론 시사회에 참석한 많은 기자도, 감독도, 영화배급사 사장도 울었다. 말씀을 붙들기 위해 마지막 고통의 순간까지도 모르핀을 쓰지 않는 이 집사의 눈물겨운 믿음은 필설로 표현하기 어렵다. 영화를 꼭 보시기 바란다.

시사회장에서 나는 또다시 “하나님, 이게 정말 최선입니까”라고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던 한 선한 크리스천에게 임한 죽음의 방식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집사는 ‘마지막 사명’인 죽음을 통해서도 복음을 전했다. 영화를 통해 내 티끌 같은 믿음을 돌아보고, 영원히 남는 것, 사랑에 대해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뭔가 깊은 회복의 경험도 하게 된다. 그럼에도 하나님께 질문하게 된다. “솔직히, 정말 이게 최선이냐고요.”

안아주심

어머니의 경우, 그리고 ‘교회 오빠’를 통해 인생의 고통과 아이러니에 대해 쉽게 해석하거나 설교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우리 주변에 핏발선 눈으로 “하나님, 정말 이게 최선이에요”라며 절규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설교나 섣부른 해석, 교훈이 아니다. 함께함, 안아 줌이다. 어머니 때도, ‘교회 오빠’의 경우에도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함께 울며 안아줬다. 어느 날, 병상의 어머니를 처연하게 바라보고 있을 때, 불현듯 예수님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어머니를 내가 안아주고 있단다.” 그것으로도 나의 질문은 결코 멈추지 않았지만 위로가 됐다. 하늘에 올라간 그날, “하나님, 이게 최선입니까”라는 질문마저 “아하, 이랬었군요”라고 밝히 해석되기를 그저 바랄 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 스러져가는 그 순간에도 믿음의 줄을 놓지 않았던 ‘교회 오빠’ 이관희가 눈에 어린다. 영화에서나마 그를 만나보기를, 마음으로라도 그와 가족들을 꼭 안아주시기를….
 

이태형
기록문화연구소장

[기록문화연구소]는 [자신의 모든 것을 던져 예수 그리스도를 따랐지만, 일체의 유익이나 어떤 금전적 유익도 얻지 못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길(The Way)을 '끝까지' 걸어갔던 알려지지 않은 소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 연구소입니다. [kirok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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