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감각을 키우라
몸의 감각을 키우라
  • 이상훈
  • 승인 2019.05.02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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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지배하게 될 미래 세계의 인간은 어떤 삶을 영위하게 될까?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라는 책을 통해 일약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떠오른 유발 하라리(Yuval Noah Harari)는 미래 인류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묘사한다. 과거 유한적 존재였던 인간은 삶을 제한하는 많은 문제를 극복해 가면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할 것이라고 그는 예상한다. 실제로 지금까지 이룬 업적만으로도 인류는 놀라운 진보를 이루었다. 과거 인류의 난제였던 기아, 역병, 전쟁 같은 것들을 보라. 오늘날 인류는 이러한 문제들을 상당수 극복한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이 시대엔 기아와 영양실조보다 비만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고, 전염병이나 전쟁보다 자살이, 자살보다 당뇨병으로 죽는 사람이 더 많다. 그의 말대로 현대는 ‘설탕이 화약보다 더 위험한 시대’가 되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과학과 기술의 진보가 이끌어 낼 미래는 인간의 수명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상상을 불러일으켰다. 100세를 넘어 영원히 죽지 않는 인류를 꿈꾸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이다.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불멸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에 포진해 있다. 그들은 유전공학, 재생의학, 나노기술 같은 것들을 생명공학과 사이보그 공학 등과 결합시키면서 2,200년쯤에는 이론과 기술적으로 죽음을 극복할 수 있다고 예상한다.

영원한 삶을 꿈꾸는 미래의 인간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부유한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노화된 조직을 재생하고, 심장을 새것으로 바꾸고, 약화된 장기의 성능을 높일 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로봇과 컴퓨터와 융합된다. <호모 데우스: 신이 된 인간, 혹은 신이 되려는 인간>1 은 이렇듯 불멸을 추구하며 신의 영역에 진입하려 한다. 물론 과거에도 불로장생을 꿈꾸던 사람들은 있었다. 영원히 죽지 않을 불로초를 염원했던 진시황의 꿈이 현실 속에서는 실리콘밸리의 부자들에 의해 계승되고 있다.

신의 자리를 탐하려 하는 시대에 종교의 영역은 어떻게 변할까? 안타깝게도 이러한 논의에서 종교의 영역은 비관적으로 보인다. 철저한 인본주의적 세계관에 기초해 그들은 종교를 사라질 운명, 아니 사라져야만 하는 구시대적 가공물로 취급한다. 기독교에 대한 전망 역시 그 궤를 같이 한다. 아니 오히려 서구 세계의 역사를 이끌어 왔던 기독교의 미래에 대해서는 가혹할 만큼 냉혹하다.

문제는 이러한 예측이 먼 미래에 발생할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20세기 중, 후반을 지나면서 서구의 기독교는 이미 세속화와 다원주의의 영향 아래 엄청난 위축을 경험했다. 1989년, 레슬리 뉴비긴(Lesslie Newbigin)이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복음(The Gospel in a Pluralist Society)>이라는 책을 통해 다원화된 세계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선교적 대응에 대한 논의를 불러일으켰지만 이미 기울어진 중심축을 되돌려 놓기엔 세속화의 회전력이 너무나 강력하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처한 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기술의 발전과 경제적 성장, 물질주의와 소비주의적 패턴, 24시간 SNS와 인터넷으로 연결된 현대인의 삶의 자리엔 창조주를 향한 영혼의 갈망을 느낄 수 있는 쉼표마저 사라지고 있다.

돈 탭스코드(Don Tapscott)의 표현처럼 태어나면서부터 인터넷과 핸드폰을 사용하는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들은 배워서 기기를 사용하는 디지털 이민자(Digital Immigrant)와는 전혀 다른 세계관과 가치관을 소유한다. 2 진 트웽기(Jean M. Twenge) 교수는 이러한 현상을 분석하며 ‘완전히 새로운 인류’가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1995~2012년 사이에 태어나 초등학교때부터 아이폰을 사용한 이들을 iGen 이라고 불렀는데, 예상대로 그들은 기성세대와는 전혀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그들은 과거에 비해 이성에 대한 관심도 약하고 운전면허를 따는 것도 서두르지 않으며 밖에 나가 노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성인이 될 준비를 서두르지 않으며 남의 일에 대한 관심이나 저항심도 별로 없다. 인터넷과 사이버 세계에 살면서 24시간 누군가와 연결(super-connected) 되어 있지만, 과거 세대보다 덜 행복하고 다양한 정신적 문제에 직면해 있는 위기의 세대이기도 하다. 영적인 부분은 어떠할까? 안타깝게도 그들에게 있어 영적 세계는 관심 밖 영역이 되어 가고 있다. 종교적이고 영적인 세계에 대한 관심을 가상 공간이 대체하고 있기 때문이다. 3

불멸을 꿈꾸는 인류의 미래는 아이러니하게도 더 큰 불안을 조성한다. 불멸의 행복을 기대하기 이전에 생존을 염려해야 할 것 같은 직감은 아마 필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실제로 많은 학자들이 미래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학습과 자기 혁신이 필요하다고 외친다. 하나의 전문 지식이나 기술로 평생을 살아갈 수 있는 시대는 사실상 종결이 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유발 하라리는 “인류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라는 글에서 미래 생존을 위해 수렵 채집인에게 배울 것을 조언한다. “환경을 바꾸기 보다 자신을 환경에 적응”시킬 수 있는 유연성과 적응력을 키우고 자기 몸과 감각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모습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초기 인류는 생존을 위해 주변 환경의 작은 변화, 소리, 냄새, 움직임까지 본능적으로 느껴야 했다. 그렇지만 오늘날 현대인들은 정 반대다. 가상 공간에 거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물리적 접촉이 훨씬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깊은 고독과 소외, 정신적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 수면제와 신경 안정제 없이 잠을 이룰 수 없는 사람들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그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다시 “자기 몸과 감각에 주의를 더 기울이고 물리적 환경과의 접촉”을 늘리는 일이 중요하다. 4

이 지점에서 우리는 미래 시대가 요청하는 교회의 모습을 다시 그려볼 필요가 있다. 과학과 기술에 의존해 신의 영역을 제거해가려는 노력은 더 강해질 것이고, 이에 반해 사람들의 영적 관심은 훨씬 더 약해질 것이다. 그 속에서 정신세계는 점점 더 황폐해지고 내면의 공허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위기의 미래! 그렇지만 이러한 현상이 그리스도인들에게는 또 다른 선교적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세상 사람들이 수렵채집인으로부터 몸의 감각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면, 우리는 성경으로부터 몸 된 교회의 공동체성을 배울 수 있다. 교회는 본질적으로 몸이다.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가 되시고 성도는 그의 몸을 이룬다(롬12:5; 엡 1:22-23). 한 성령으로 한 몸을 이룬 교회(고전 12:13)가 되기 위해 각 지체는 자신에게 맡겨진 역할을 한다. 그것이 성경에서 가르쳐 주고 있는 유기체적 교회(고전 12:8-12)의 모습이다. 그러므로 교회에 속한 성도들이 한 몸 되기 위해 자신의 은사에 따라 서로 화합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몸의 감각뿐 아니라 진정한 삶의 의미와 가치 또한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 진정한 교회는 건물이나 제도, 이벤트가 아니다. 교회는 그리스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하나님과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에서 형성된다. 따라서 교회는 공동체라는 물리적 환경에서 실제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최고의 계명이 교회 공동체 안과 일상의 삶 속에서 이뤄질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 미래의 문명은 하나님 없이 살 수 있다는 확신과 자만 속에서 자기만의 길을 만들어 가려 할 것이다. 그러나 인류의 교만이 강해질수록 무의미한 관계 속에서 형성된 텅 빈 내면을 채울 수 있는 것은 인간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임재뿐임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신의 자리를 탐하는 시대, 교회는 몸의 감각을 키워야 한다. 함께 웃고 우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세상에서 느낄 수 없는 살아있는 몸의 감각, 진정한 사랑과 섬김, 공감과 은혜가 충만한 교회가 되어야 한다.
진정한 공동체의 삶이 회복되도록 교회여, 몸의 감각을 키우라!

1 Yuval Noah Harari, 호모 데우스(Homo Deus), 김명주 역, (서울: 김영사, 2017).
2 Don Tapscott ,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이진원 역, (서울: 비지니스북스, 2009), 574.
3 Jean M. Twenge, iGen, (New York: Atria Books, 2017).
4 Yuval N. Harari, “인류는 어떤 운명을 맞이할 것인가?”, 초예측(Super-Forecast), 오노 가즈모토 편, 정현옥 역, (서울:웅진, 2018), 51.


이상훈 교수
교회의 부흥과 갱신에 관심을 기울이며 연구하는 학자이자 목회자이며 운동가이다. 
북미지역의 교회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변화를 체험하면서 
그 원리와 사역을 한국교회에 접목하는 브리저(bridger)이자 촉매자(Catalyst)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저서로 ‘리폼처치’(2015) ‘리뉴처치’(2017), ‘처치시프트’(201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