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을 콘셉트로 하는 여행사 패키지 활용법
종교개혁을 콘셉트로 하는 여행사 패키지 활용법
  • 황희상
  • 승인 2019.02.08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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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종교개혁지 탐방(2)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기 전에, 기존의 종교개혁 탐방 패키지 상품에 대해 정리를 좀 해야 하겠다. 지난 글에서 마치 기존의 모든 상품을 부정하는 듯한 느낌을 받으셨다면, 그런 건 또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현실적으로 이 글을 읽는 모두가 다 알아서 척척 배낭여행을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 상품을 이용하더라도 잘 활용하면 된다. 몇 가지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서,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의 유익을 얻어보면 좋겠다.

2017년도에는 "종교개혁지 탐방"이라 하여, 기존엔 흔치 않던 여행 상품이 교계에 유행했다. 루터의 종교개혁 500주년이라고 해서 그랬다. 소위 "성지순례"라고 해서 이스라엘, 터키, 레바논 등을 다녀오는 상품은 많았지만, 종교개혁지 탐방이 그만큼 대중적이진 못했다. 그러다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자 눈치 빠른 여행사들이 관련 상품을 만들어서 팔았다. 서울, 대구, 부산 등 소득 수준이 괜찮은 지역의 교회들이 주요 고객이었다.

그러나 이런 상품들의 문제는, 갑자기 생긴 수요를 맞추기엔 콘텐츠가 따라주지 못했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현지 가이드의 종교개혁사에 대한 이해와 정보 부족이었다. 아무래도 기존에 하던 설명을 계속할 수밖에 없었을 것인데, 그 설명은 교회사적 의미보다는 일반 문화사와 유적 설명에 집중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싼 돈을 들여 그곳까지 가서도 정작 관심 있게 봐야 할 것을 놓치는 경우가 생긴다. (필자의 경우, 가이드가 영 아니다 싶은 날은 일행들이 들고 일어나서 설명을 중단시키고 마이크를 나에게 넘겨준 사태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상품으로 이미 수많은 팀이 이미 다녀왔거나 출발했고 또 출발할 예정이라고 하니 안타깝다. 현행 종교개혁 패키지 투어는 그야말로 아무 의미 없이 돈만 쓰는 여행이 될 위험이 커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은 별로 없다. 직접 여행 기획을 짜는 것은 공이 많이 들고,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가 힘들며,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현실적으로 여행사 상품을 써야만 하는 경우, 최대한 보람찬 여행이 되기 위해서 필자가 생각해본 7가지 팁을 소개한다.


1. 미리 일정 기간 종교개혁사를 함께 공부한 멤버만 참여하기
그렇지 않으면 현장에서 루터가 누군지 칼뱅이 누군지 설명하느라 시간 다 씀. 그런 공부는 한국에서 끝내고 올 것. 누구는 다 아는 이야기를 길게 설명해서 불만이고, 누구는 하나도 모를 이야기를 계속 떠들면 잠만 오고, 이 아까운 시간에 여기까지 와서 모아놓고 뭔 짓이야 싶을 것이다. 답사팀의 지식 수준이 모두 같을 수는 없더라도 편차가 너무 커서는 곤란하다. 그래서 답사 여행 출발 전에 적어도 3달 정도는 함께 책을 읽으며 준비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 이때 사용하면 좋은 추천도서는 다음과 같다.
▲꺼지지 않는 불길(복있는 사람), ▲네덜란드 개혁교회 이야기(그 책의 사람들), ▲특강 종교개혁사(흑곰북스)
- 최근에 나온 책 중에서 골랐다. 물론 더 많은 책이 있지만, 너무 전문적인 책은 뺐다.

2. 가능하다면 소그룹으로 이동하기
답사 인원은 15인 정도의 소규모로 가는 것이 좋다. 물론 이렇게 하면 개인이 부담하는 금액이 더 늘어나지만, 조금 더 써서 유익한 여행이 되는 것이 훨씬 낫다. 비용 좀 줄이겠다고 우글우글 따라다니는 여행을 할 경우, 상상 이상으로 효율이 떨어진다. 날마다 호텔 체크인 하는 데도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고, 기차 한 번 타려고 세 시간씩 낭비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더구나, 인원이 많으면 대부분의 종교개혁 현장에서 제대로 된 설명 전달이 불가능하다. 답사 현장이 비좁은데, 좁은 공간에 사람이 다 들어가기 어렵다. 들어가도 문제다. 주위 다른 관광객이나 현장 STAFF들에게 민폐를 끼치게 되므로. 더구나 마이크-수신기 사용이 금지된 곳이 많아서 육성으로 해야 되는데, 이런 게 죄다 민폐다.

3. 현지 투어가이드의 해설은 줄이고, 전문 해설사를 동반하기
한국에서 같이 가거나, 현지 유학생(신학생)을 섭외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일반 가이드의 설명도 배울 점이 많지만, ‘종교개혁’이라는 콘텐츠를 풍성하게 보유한 가이드를 찾기는 아직 어렵다. 여행사에서 신경을 쓴다 하더라도, 현지 가이드들은 그냥 하던 말을 계속 할 확률이 높다. 예를 들어 어느 하이델베르크 현지가이드는 한국의 종교개혁 답사팀이 그 도시를 왜 가려고 하는지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그분은 하이델베르크가 대학 도시라서, 초창기 종교개혁이 활발했다는 정도로만 설명했다. 정작 그곳에 가려는 많은 사람들은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의 역사를 공부하고 왔는데 말이다. 다만, 이탈리아 쪽 “유로자전거나라투어”에 소속된 한국인 가이드들의 수준은 높은 편.

※ 혹시 함께 할 전문 해설사의 입담이 좋고 여행 경험이 많다면, 여행사와 협의해서 아예 현지 가이드를 다 배제하는 것도 방법이다. 여행사 입장에서는 이렇게 해도 별 문제가 없다. 단, 이렇게 할 경우 여행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아래 4번 팁을 고려하시길 권한다.

4. 전문 인솔자를 활용하기
인원이 많거나 멤버 중 해외여행 초보자가 많은 경우에는 차라리 여행사에 소속된 전문 인솔자(Tour Conductor)를 동반하는 것이 속 편하다. 이는 해설사나 현지 가이드와는 다른 개념으로, 항공이나 도시간 교통 연결 등을 도와주고, 비상시 여행사와 연락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런 것이 쉬워 보여도 여러 사람이 이동할 경우 은근히 신경 쓰이고, 사고도 종종 발생한다. 물론 인솔자를 동반시킬 경우, 한 사람이 더 따라가는만큼 비용도 증가한다.

※ 만약 인솔자와 해설사 두 사람을 다 동반하기엔 총 비용이 너무 부담된다면, 전문 해설사에게 사례를 조금 더 하면서 두 가지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그가 여행 경험이 풍부하고 영어 소통이 자유로운 편이라면 말이다.

5. 꼭 가고 싶은 우리만의 여행지를 기존 동선에 반영시키기
여행사가 제안하는 기본 일정에, 일행들이 꼭 가고 싶은 장소를 추가하면서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서 최종 코스를 완성할 것. 대부분의 여행사가 어느 정도의 융통성은 발휘해준다. 루터의 종교개혁이 활발했던 독일 지역의 경우, 이미 상당 부분이 중세 로마 카톨릭의 성지순례 스타일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미신적이고 설화적인). 독일에서 "예나"를 방문하자고 했더니, 현지 가이드는 그때까지(2017년 3월) 거길 가자고 요구한 종교개혁 답사팀은 없었다고 했다. 이런 정보를 미리 짜서 여행사와 협의하면 상당히 유니크하면서도 만족스러운 여행이 가능하다.

※ 아래 제시한 도표는 모 여행사가 제시한 내용을 필자가 첨삭한 것이다. 이런 정도의 융통성은 특별히 비용 증가 없이도 여행사에서 얼마든지 수용 가능할 것이다. 빨강색이 필자가 추가한 일정이고, 취소선은 중요도가 낮다고 판단해서 삭제한 일정이다.
 

6. 예약할 필요가 없는 곳도 미리 예약하고 방문하기
박물관이나 교회당에 방문할 일이 많은데, 방문 시각과 인원 등을 미리 이메일로 예약하거나, 적어도 통보라도 해두는 것이 좋다. 현장 담당자가 우루루 몰려오는 아시안들에게 놀래서 과도한 질서유지(?)를 시키는 바람에, 제대로 된 해설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박물관에 들어가서 해설 없이 묵묵히 그림만 보고 나올 거라면 뭐하러 유럽까지 가나. 구글로 공부하면 된다. 그리고 상당수의 현장은 평소에 지키는 사람이 없어서 잠겨있는 경우도 흔하다. 그럴 땐 시간 낭비에 차비만 아깝다. 반면에, 미리 예약을 해서 방문 의도를 명확히 하고 시간과 인원 규모를 알려둘 경우 현지 STAFF들이 훨씬 더 친절하게 맞이할 뿐만 아니라 뜻밖의 경험을 해볼 수 있다. 따라다니면서 더욱 전문적인 설명을 해주거나 평소에 잠궈둔 방을 열어주는 등의 행운 말이다.

7. 뭔가 배우는 일에는 아낌없이 투자하기
이렇게 배우러 가는 여행에서는 돈을 아끼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고생해서 먼 곳까지 가놓고는 정작 유료 입장료에 놀래서 들어가봐야 할 곳을 들어가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너무 아끼다 보면 전체적인 여행 콘셉트를 망치게 된다. 차라리 숙소 등급을 낮추거나 식사 비용을 줄이더라도, 콘텐츠에 투자할 것! 이게 생각보다 중요한 팁이다. 여행 중에 피곤하면 만사가 귀찮기 때문에, 어딜 가서 막상 매표소 앞에 딱 서면, 들어가기 싫어진다. 그러나 웬만하면 돈 내고 들어가자! 얻는 것이 더 크다.
 


황희상
기독교 교리, 역사, 교육 등의 책을 집필하는 작가이다. 『특강 소요리문답(흑곰북스)』과 『지금 시작하는 교리교육(지평서원)』은 한국교회에 교리교육의 열풍을 불러 일으킨 장본인이며, 최근 출간한 신개념 교회사 학습서 『특강 종교개혁사』는 장로교회 헌법의 기초가 된 ‘웨스트민스터 총회’의 역사와 배경 및 결과물에 대한 현존 최고의 대중적 소개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