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티 작성을 위한 레시피
콘티 작성을 위한 레시피
  • 전영훈
  • 승인 2019.01.03 15:1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과거에 CCM그룹 '소망의 바다'로 여러 교회를 누빌 때 저희에게는 꽤 다양한 콘티가 있었습니다. 그것들을 상황과 대상에 맞게 잘 활용하고, 짧은 시간 안에 현장의 반응을 얼마나 잘 끌어내는가에 따라 사역자는 그 현장으로 다시 부름 받을 수 있을지의 여부가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처음 교회에서 예배음악사역을 시작할 때 저는 CCM사역을 하면서 현장에서 나름 검증된(?) 콘티들을 사역 초반에 열심히 쏟아 부었습니다. 마치 외부 집회를 하듯이 성도들을 울리고 웃겼던, 특별히 선별된 콘티들을 총동원하였습니다. 
성도들에게는 새로 부임한 제가 신선했고, 새로운 콘티가 신선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성도들은 저라는 존재가 익숙해지고, 저의 레퍼토리에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저는 외부에서 특별히 초청되어 온 가수가 아니라 가족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저도 점점 성도들 앞에서의 과도한 퍼포먼스가 불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에 조금씩 찬양인도에 군더더기가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자극적인 액션과 멘트를 줄이고 다소 덤덤하고 담백한 메시지의 곡들을 선곡하기 시작했습니다. 성도들은 본인들이 누군가 부르는 좋은 찬양을 듣는 것보다는 직접 부르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곡을 대할 때 다소 보수적이라는 사실을 꼭 기억해야 합니다.
그리고 저는 찬양 인도 스타일도 화려하고 자극적이기 보다는 사람들이 꾸준히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스타일로의 변화를 꾀했습니다. 물론 제가 새로운 변화를 좋아하고 반복을 싫어하는 편이라 그것이 여전히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찬양인도의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저는 이런 예배 현장의 특징을 늘 마음에 깊이 새기려고 노력합니다. 

 

1. 콘티 작성의 가치

콘티를 만드는 일은 밥을 짓는 일과 같습니다. 
우리는 매 끼니마다 입에는 다소 심심하지만 몸에 좋은 음식을 주식으로 삼아 섭취합니다. 입맛을 자극하지만 몸에는 좋지 않은 음식을 매 끼니마다 챙겨먹는 것은 건강을 해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매 끼니마다 입맛에 심심한 음식물만 계속 섭취하는 것은 일상을 자칫 무미건조하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콘티를 작성할 때 찬양인도자는 이 점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메시지가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되기 위해 익숙한 곡과 새로운 곡, 어려운 곡과 쉬운 곡, 느린 곡과 빠른 곡, 분위기가 무거운 곡과 밝은 곡을 목적과 상황에 맞게 잘 버무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곡의 수와 순서와 시간, 노래와 노래 사이를 잇는 것과 끊는 타이밍, 곡과 곡사이 기도와 멘트를 균형 있게 배치하는 것은 콘티 작성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콘티는 또 하나의 설교입니다. 예배의 메시지는 단순히 설교에서만 드러나는 것이 아닙니다. 시작에서부터 끝까지 하나의 일관된 주제 메시지가 예배의 모든 순서 순서마다 배어있어야 합니다. 설교만이 설교가 아니라 모든 예배의 순서가 또 하나의 설교여야 합니다. 

현대교회의 예배의식 속에서 찬양은 예배 전체를 열고 닫는 대표적인 예전의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콘티 작성은 예배인도자 한 명에게만 국한된 책임이 아닙니다. 예배 전체를 기획하는 담당자들이 함께 의견을 나누면서 예배 전체의 조화를 치열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입례와 회중기도, 고백, 헌금, 설교, 광고, 교제와 나눔. 축도와 마무리까지 음악은 거의 대부분의 예배 의식 속에 사용됩니다. 또한 무대와 조명과 음향은 현대예배에서 가장 중요한 예전의식이 되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흔히 교회에서는 찬양인도자는 예배기획까지 같이 맡는 일이 많은데, 예배 전체의 메시지가 음악에만 함몰되지 않고 전체 메시지를 드러내는데 적절한 역할을 하도록 늘 주의해야 합니다. 

2. 곡 분류

찬송가 맨 앞에 보면 우리가 너무 쉽게 지나쳐 버리는 중요한 정보가 있는데요. 바로 제목 분류와 차례 목록입니다. 주제별로 찬송가들을 분류해놓고, 가나다순으로 제목을 나열해놓은 이 목록은 우리가 콘티를 선곡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자료입니다. 요즘 나오는 찬양 악보집은 여기에 코드별 분류를 추가하여 훨씬 더 콘티를 작성하기 수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세상에는 너무 좋은 찬양곡이 많고, 우리는 그 노래들을 다 모를뿐더러, 우리 교회에서 부르는 찬양은 그 중에서도 우리교회에서 자주 부르고 익숙하거나 지극히 주관적인 관점에서 우리 교회 성도들만 주로 좋아하는 찬양이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수많은 찬양의 홍수 속에서 나와 우리 교회에 맞는 고유한 목차가 존재해야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저는 저만의 주제별 분류 폴더를 이렇게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1년에 보통 몇 곡을 사용하는지 얼추 계산해볼까요? 예를 들어 주일에 4곡에서 5곡 정도의 곡을 사용한다고 가정해봅시다. 그리고 중복되는 찬양까지 감안하면 평균 100여 곡 정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기에 회중의 나이나 문화적인 취향을 감안한다면 경우에 따라 새로운 곡에 대해 수용적인 경우 곡수는 늘어날 것이고, 반대로 부정적인 경우엔 곡수는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각각의 폴더 안에 코드, 빠르기 별 분류가 가능하다면 선곡은 훨씬 더 수월해질 것입니다.

예를 들어 예배와 찬양폴더 느린 노래폴더 ‘A코드폴더 전능하신 나의 주 하나님은’, ‘주 여호와는 광대하시도다의 순으로 찾기를 진행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

사실 100곡 정도의 곡수라면 어쩌면 너무 디테일한 곡 분류가 의미 없을 수도 있겠지만, 자신만의 곡 분류 폴더를 가지고 있다면 나와 우리 공동체가 주로 어떤 메시지의 찬양을 선곡하고 있는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 우리에게 부족한 메시지는 무엇인지,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메시지가 한쪽으로 쏠려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기회도 될 것입니다.

예배별 분류도 생각해볼 수 있는데요. 서로 겹치지는 않지만, 상호보완 할 수 있게 주일 오전, 오후예배, 수요예배, 금요철야, 새벽예배에 따른 곡 분류도 선곡에 많은 도움을 줄 것입니다.

교회 절기에 따른 분류도 콘티 작성에 중요한 요소인데요. 대표적인 교회 절기의 경우 성탄절, 부활절, 고난 주간, 감사절, 어린이, 어버이, 스승의 주일, 종교개혁 주일 등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예배의 설교자가 절기가 있는 주일에 절기에 맞는 설교를 할 것인지 원래 진행하던 성경 본문을 토대로 한 강해설교를 할 것인지를 미리 잘 고려해야 합니다. 이 두 가지를 적절히 혼합하여 절묘한 연결을 시도해도 좋지만 한편으로는 그 연결이 억지스러운 무리수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찬송가 코드를 정리하고 화음을 기보한 악보가 있다면 그야말로 예배음악사역의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찬송가의 코드가 현대적으로 편곡할 경우 밴드 음악에 제대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자주 부르는 찬송가를 코드를 적절히 편곡해서 악보화 시켜놓는 작업은 현실적으로 가장 유익한 작업 중에 하나일 것입니다.

 

3. 선곡

이제 선곡에 대해 알아볼텐데요. 여러 곡을 엮어서 하나의 레퍼토리를 만들 때 필요한 두 가지 방향에 대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1) 원 포인트(One-point) 메시지
예배음악을 위한 콘티 작성의 가장 기본적인 방향입니다. 콘티를 통해 부각하고자 하는 하나의 핵심 메시지는 노래 가사의 직접적인 메시지의 반복을 통해 강조되거나 더욱 선명하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 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콘티를 작성해봅니다.
만일 찬양 시간이 20분 정도라면 짧은 나눔과 기도 시간을 포함해서 보통 3곡 정도를 선곡하게 됩니다. 주제의 분위기에 곡의 빠르기를 맞춘다면, '고난'의 경우 보통은 중간 정도 빠르기의 한 곡과 느린 두 곡이 됩니다. 그리고 '부활'의 경우 빠른 두 곡, 느린 두 곡 정도가 일반적인 연결이 될 수 있겠죠.

또한 만일 고난과 부활을 성 금요일 때 동시에 담고 싶다면, 고난에 대한 느린 찬양 두 곡, 부활의 메시지가 담긴 결단의 노래 한 곡이 정도가 좋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고난을 통해 십자가의 의미로 시선을 모으고 싶다면 이렇게 선곡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 만왕의 왕 내 주께서(E) - 예수님 그의 희생 기억할 때(E) -  무엇이 변치 않아(Bb) 

2) 아이(I=나) 메시지 
 
하나의 핵심 주제를 이야기하는 방법은 반복을 통한 강조도 있지만, 이야기의 주제를 다른 방향으로 전환시킴으로 오히려 메시지의 넓이와 높이를 더하게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의 고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다시 설명해보면, ‘모든 능력과 모든 권세(A)’라는 찬양을 보면 모든 능력과 모든 권세를 가지신 예수님께서 짓밟힌 장미꽃처럼 고통을 당하시고 십자가를 죽으셨다는 강렬한 1차 반전이 후렴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이 전환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우리 때문에’라는 노래의 후렴을 바로 이어 부르며 ‘십자가’에서 ‘나’와 ‘우리’로 시선을 급격히 반전시킵니다. 십자가에서 못 박힌 그리스도에서부터 우리에게로 이야기의 중심을 옮깁니다. 
이것은 더 이상 그의 이야기(He-message)가 아니라 나의 이야기(I-message)가 되어 그 사건에 대한 의미가 더 풍성하게 우리 안에 해석되어 질 것입니다. 
아이 메시지(I-message)의 방향은 하나의 사실을 그저 객관적으로 서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찬양에 참여하는 개개인이 직접 스스로 해석하고 적용하는 구체성을 가져다줍니다.   

사실 콘티 작성의 어떤 특정한 방법이 절대적인 정답이 될 수는 없습니다. 
한 곡을 몇 십분이라도 계속 반복해서 부를 수도 있습니다. 콘티 작성은 찬양 속에 하나님의 이야기를 담는 것이기에 하나님은 콘티를 넘어 일하실 수도 있는 분이라는 사실을 늘 기억해야 합니다. 

완벽한 콘티가 사람들을 은혜로 인도하는 좋은 통로가 될 때도 있고, 준비했던 콘티를 망쳐버렸지만 그 속에서도 여전히 하나님은 일하심을 경험하기도 합니다. 
콘티 작성을 위한 최선의 노력은 우리의 힘으로 하나님의 일하심을 유도해낼 수 있으리라는 교만함보다, 하나님의 이야기가 온전히 드러나기 위해 우리의 입장에서 기본적으로 준비되어야 할 겸손의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전영훈
싱어송라이터로 CCM그룹 소망의 바다에서 활동했고, 침례신학대학원, 백석예술대학, 서울종합예술대학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현재 서울 삼일교회 청년사역 담당목사로 섬기고 있다. 사람을 세우고 교회를 세우며 디아스포라 리더십을 세우는 선교적 교회 사역을 꿈꾸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