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간의 기억
그 공간의 기억
  • 김경현
  • 승인 2018.12.06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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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현의 취향선물

#취향선물 #그공간의기억
#Eternal Sunshine O.S.T #Theme
 

 

지독하다, 
이 겨울의 날선 바람과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만큼이나 지독하다. 

 영화[변산]을 보며 우리네 인생, 참 지독하다 느꼈어요. 아니 그 인생을 파고드는 ‘기억’이 참 지독하다 말이죠. 그의 고향에 상처가 있었듯이 우리가 오래 머무른 공간에는 항상 상처가 남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끊임없이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이유도 그 상처를 보고싶지 않아서라고 하지요. 그래서 요즘 우리들, 차분한 마음을 얻으려 카페에 가고 휴식을 찾아 여행지로 나섭니다. 

 언젠가부터 ‘집’에서 그 안정감을 찾지 못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가만히 집에 앉아 창을 통해 스미는 햇살과 대화를 나누고 키우는 식물과 교감하며 한적함을 누리는 일상을 무언가 완전하지 않은, 불안한 삶으로 여기게 되었죠. 

 고향이 주는 아픔을 떼어내려하면 할수록 나의 몸의 장기처럼 나와 긴밀히 연결되어 떨어지지 않습니다. 이미 내 삶의 일부이며, 나를 숨쉬게 하는 이유이기 때문일 겁니다. 

 영화[오베라는 남자]에서도 주인공은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그의 집과 삶을 떠나려 애써보지만 ‘죽지 않으려면 죽을만큼 버텨야 한다’는 아내의 말처럼, 주변의 이웃들로 인해 함께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기 시작하고 오히려 죽을만큼 살아내게 됩니다. 

이 영화의 원작 소설에는 이런 글귀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아요.
(중략)
처음에는 새 물건들 전부와 사랑에 빠져요. 매일 아침마다 이 모든게 자기 거라는 사실에 경탄하지요. 마치 누가 갑자기 문을 열고 뛰어 들어와서 끔찍한 실수가 벌어졌다고, 사실 당신은 이런 훌륭한 곳에 살면 안 되는 사람이라고 말할까봐 두려워하는 것처럼. 그러다 세월이 지나면서 벽은 빛바래고 나무는 여기저기 쪼개져요. 그러면 집이 완벽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불완전해서 사랑하기 시작해요. 온갖 구석진 곳과 갈라진 틈에 통달하게 되는 거죠. 바깥이 추울 때 열쇠가 좌물쇠에 꽉 끼어버리는 상황을 피하는 법을 알아요. 발을 디딜 때 어느 바닥 널이 살짝 휘는지 알고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옷장 문을 여는 법도 정확히 알죠. 집을 자기 집처럼 만드는 건 이런 작은 비밀들이에요.

프레드릭 배크만 [오베라는 남자] 중

 영화[집의 시간들]은 공간의 기억을 찾아가고 그 기억과 이별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재건축으로 곧 사라지게될 주거 공간에 대해 저마다 다른 형태로 그들이 살아온 시간을 반추합니다. 그 시간 속에는 불편함, 설레임 등 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이 ‘집의 시간들’을 만들어 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 비밀들로 수많은 ‘일상’을 견뎌왔지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어우러집니다. 그것을 ‘삶’이라고 부릅니다. 그 공간의 기억이 나를 죽을만큼 살아내게 합니다.

나는, 오늘 새로이 집을 지어
그 공간의 기억을 맞이합니다.

우리가 집을 짓는 이유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의미 있는 것을
사랑하는 이에게 남기기 위해서다.

김현진 [진심의 공간 : 나의 마음을 읽다 나의 삶을 그리다] 중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함부영 [행복이란]

브라운워십 [우리를 부르신 그곳]

 


 

김경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론리뮤직레이블(LML)대표, 싱어송라이터, 컨텐츠큐레이션,
아이머스 실용음악학교 강사, 김경현1집 [Life Drawing], Mr.Lonely Project 등 음반발매 및 앨범 기획 제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