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주] 오!
[김언주]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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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11.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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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162X129cm, oil on canvas, 2018

. 여름. 가을. 겨울.

얼어붙은 찬 계절, 말라붙은 나무는 들리지 않는 호흡으로 죽은 듯 서 있다. 메마른 가지에서 다시 생명이 움트리라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나 바람에 온기가 실려 오고 줄기에 물이 차오르면 기적이 일어난다. 그 메마르고 거칠한 가지에서 연약하고 조그마한 연두 싹이 뚫고 나온다.

어린잎들은 어느새 자라 무성해지어 청년의 여름이 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 초록으로 들끓는 숲은 영원히 지지 않을 듯 당당하다.

허나 서늘해진 바람이 그들을 스치자 사그라지는 초록 숲. 뜨거운 열기도 아랑곳 않으며 자신감 넘치는 자아로 꽉 차있던 초록은 스스로 존재한 것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겸손함으로 자신을 내려놓자 신기한 일이 일어난다. 초록으로 일관했던 그들이 이제껏 알지 못했던 각기 다른 아름다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태양빛으로 노을빛으로 채워지며 세상을 물들인다.

이제 그들은 채움을 위한 비움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잃어버리고 헐벗는 빈곤함이 아닌 새 생명을 피워내기 위해 비워내야 하는 시간임을 묵묵히 감내하며 기다린다. 그리하여 생명은 겨울로부터 태동한다.

겨울. . 여름.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