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시간의 채운
빈 시간의 채운
  • 김경현
  • 승인 2018.11.07 19: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현의 취향선물

#빈시간의채움
#주윤하 #집으로 #회복환경
#수잔케인 #콰이어트

언제나 내겐 버거운 아침
부은 눈으로 나서지만
칭찬 한마디 듣지 못하는
하루가 지나가도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서
포근한 이불 속에 잠드네

잘 지내냐는 친구의 전화
수줍은 위로 오가지만
하루의 의미 찾지 못하는
오늘이 지나가도

칭찬 한마디 듣지 못하는
하루가 지나가도

집으로 돌아가서
엄마가 해주는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가서
포근한 이불 속에 잠드네
집으로 (주윤하)

 

 그 날 밤,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어요. 답 안나오는 하루의 끝에 이리저리 차가운 거리 위를 방황하던 나는, 돌아갈 곳이 없었던 거에요. 유난히 추웠던 겨울의 문턱에서는 늘 충분하고 언제든 날 안아주던 당신 품의 온기조차 기억나지 않았어요.

 그 때에 끝나지 않은 방황은 가끔 내가 알지 못하는 곳으로 나를 데려갔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 곳이 나의 ‘회복공간(回復空間)’이었던 것 같아요.

 지친 하루의 끝에는 원래의 상태로 되돌리는 아무도 없는 빈 곳, 나만의 ‘회복공간’이 필요합니다. 수잔 케인은 저서 ‘시끄러운 세상에서 조용히 세상을 움직이는 힘’, [Quiet]에서 모두가 한 방향으로의 ‘쉼’을 강요받는 시대에서 자신에게 맞는 회복의 공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말합니다. 누군가에게는 세상과 단절된 혼자만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여행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일 등이 필요합니다.

 나에게 주어진 선물같은 삶을 가꾸며 살아갈 용기는 나의 손에 쥐어졌습니다. 회복의 시간을 정하고 거센 폭우와 같은 삶 속에서 용기있게 나를 꺼내어 제자리로 가져다 놓을 공간을 우리는 가질 수 있습니다. 주윤하님의 노래 속 가사처럼 그 곳이 꼭 특별하거나 머나먼 타국의 땅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그 곳은 때로 포근한 이불 속이고, 때론 잠시 열어놓았던 문을 닫을 수 있는 나의 사무실 공간일 수도 있어요. 다만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책의 한 장을 읽어드릴게요.

 요즘은 그런 생각이 든다. 인생에 있어 기쁨이 찾아올 때보다 슬픔이 찾아올 때가 더 귀한 시간인지도 모르겠다고. 슬픔을 받아들이는 방식에 따라 한 인간의 삶이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혼자, 마음의 방에 머물 때에만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있다. 구겨진 마음을 펴고, 슬픔을 처리하고, 억압으로부터 벗어나는 일. 내 삶의 가치를 재고하고, 의미를 묻고, 또 내면을 견고하게 구축하는 일.

 혼자를 택한다는 건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겠다는 용기이다. 하나의 독립된 인간으로서 내 인생을 책임지겠다는 각오이며, 스스로를 이해하고 용서하고 사랑하며 살아가겠다는 선언이다.
(중략)
그러니 두려워하지 말고 불안해하지 말고 혼자 있어볼 것. 삶의 진실은 거기 있으니 말이다.

우지현 [혼자있기좋은방] 중에서

 빈 시간의 채움, 
에드워드 호퍼의 마지막 작품 ‘빈 방의 빛’은 의도적으로 ‘비워 낸 공간’이 주는 허무와 그 안을 적극적으로 채워내는 빛으로 위안과 공허함이 동시에 담겨있습니다. 

 가까운 시간에 당신을 걸어보세요. 방을 비워내고 물건을 정리하고 동네를 산책해보세요. 그 시간에서 당신만의 회복공간을 만나 빈 시간으로 채워짐을 경험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Jason Mraz [Quiet]

 Mr.Lonely Project [하루밖에]


김경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론리뮤직레이블(LML)대표, 싱어송라이터, 컨텐츠큐레이션,
아이머스 실용음악학교 강사, 김경현1집 [Life Drawing], Mr.Lonely Project 등 음반발매 및 앨범 기획 제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