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 피터슨에게 보내는 편지
유진 피터슨에게 보내는 편지
  • 특별기고
  • 승인 2018.11.05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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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_ 임광 목사 (워싱턴 지구촌교회 담임)

유진 피터슨, 당신에게 처음 편지를 씁니다.

세기말이었습니다. 뉴밀레니엄, 2000년을 앞둔 시기였죠. 그때 “현실에 뿌리 박은 영성Leap Over a Wall”이라는 책을 소개받았답니다.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 바로 당신의 책이었죠. 당시 한국교회에 ‘영성’의 붐이 일고 있었기에, 책 제목에서부터 저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영성에 관한 신학적인 이론을 알려주는 책으로 생각했었거든요. 그러나 당신은 다윗의 삶으로 성경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영성을 풀어주셨습니다. 그렇게 저는 당신과의 만남을 시작했습니다. 

     그 후로 당신의 책을 계속해서 읽었습니다. 당신의 책을 통해 배움의 유익을 누렸죠. ‘한 길 가는 순례자A Long Obedience the Same Direction’를 통해서 헌신과 참된 제자도를, ‘이 책을 먹으라Eat this Book’로 영적독서와 말씀의 중요성을, ‘기도학교Where your treasure is’로써 시편을 통한 공동체의 마음을 배웠습니다. 또한 ‘껍데기 목회자는 가라The Unnecessary Pastor’와 ‘성공주의 목회신화를 포기하라Under the Unpredictable Plant’와 같은 책들로 목회의 본질을 알고, 도전을 받았습니다.

      당신이 좋았습니다. 당신의 책을 사랑했습니다. 늘 곁에 두고 읽고 또 읽어도 새로웠답니다. 2009년 이곳 메릴랜드로 오자마자, 당신이 29년 동안 목회하셨던 벨 에어Bel Air, MD에 위치한 ‘그리스도 우리 왕Christ our King 교회’를 찾아갔었습니다. 물론 당신을 뵐 수는 없었습니다. 이미 19년 전에 은퇴를 하셨으니깐요. 그래도 당신이 목회 한 교회를 꼭 방문하고 싶었습니다. 교회 측의 배려로, 저는 당신이 29년 동안 설교했던 강대상에 감히 서볼 수도 있었습니다.

     2011년, 또 다른 당신의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책 제목은 당신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유진 피터슨The Pastor: A Memoir”으로 말이에요(당신은 아마 그 제목을 원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부르심을 따라 걸어온 당신의 삶, 자서전이었습니다. 당신의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전체의 삶을 마치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왜 “목회자들의 목회자”라고 부르는지를 알 수 있었답니다. 정말 많은 것을 배웠으니까요. 

헌신. 
저는 당신에게 헌신을 배웠습니다. 당신은 한 길 가는 순례자셨죠. 당신은 일과 가정, 이웃, 그리고 사역 속에서 한 방향만을 추구하셨습니다. 오직 예수님을 바라보며 하나의 같은 방향으로 걸으셨습니다. 교회와 성도들을 위해서 한 방향으로 꾸준한 순종, 헌신을 하셨습니다. 그것이 바로 목사의 삶이었죠. 당신은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이셨습니다. 그러나 오직 교회에서 목사로 사셨습니다. 당신은 성직자Reverend나 박사Doctor라는 호칭보다도 ‘목사pastor’라고 불리길 바란다고 하셨죠. 그래서 당신의 자서전에서도 중간중간에 “나는 목사다I am a pastor”라고 고백하셨습니다. 29년 동안 한 교회에서 꾸준히 목사로서 섬긴 당신에게, 저는 소중한 헌신을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경. 
당신은 말씀의 사람이셨죠. 자서전을 보면서, 언어에 탁월한 당신의 모습이 부러울 정도였습니다. 히브리어와 헬라어는 물론이고, 아카드어Akkadian, 시리아어Syriac, 우가리트어Ugaritic와 같은 셈족 언어the Semitic languages로 성경말씀을 연구하셨습니다. 마치 나침판이 늘 북극을 향하는 것처럼, 당신의 삶과 사역은 항상 말씀을 향하고 있으셨습니다. 심지어는 교회를 건축할 때도 출애굽기를 묵상하며 진행하셨다고 하셨습니다. 결국 당신의 그 열정이 성경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데까지 이르렀죠. 그 열매가 ‘메시지The Message’였습니다. 어떻게 해서든지 당신은 하나님의 말씀을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으셨으니까요. 그런 당신에게, 그 말씀을 향한 태도를 배웠어요. 고맙습니다. 

사랑. 
목회와 말씀의 사람이었던 당신은 딱딱한 사람은 아니셨던 것 같습니다. 단지 짐작만 할 뿐이죠. 제가 당신을 실제로 만나서 대화를 하거나 교제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래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당신의 모습은 인자하고 따듯합니다. 당신의 사랑과 돌봄을 받은 성도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상상하기도 했었답니다. 당신은 교회 안의 무신론자들, 교도소에서 갓 출소한 이들까지도 품으셨다고 하셨죠. 그 사랑의 실천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 당신은 아내, 젠Jan 사모님을 사랑하셔서 늘 함께 하셨습니다. 또한 일 년에 한 달간 반드시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신다 하셨고요. 메말라가는 세상을 사랑으로 촉촉하게 적신 당신, 그 사랑을 갖고 싶습니다. 부럽습니다.  

     월요일, 당신의 소식을 들었습니다. 한동안 멍하니 있었죠. 믿겨지지가 않았습니다. 실제로 만나 뵌 적은 없었어도, 당신을 너무 가깝게, 그리고 친근하게 느끼고 있었으니까요. 책상에서 당신의 책들을 한 권씩 살펴보았습니다. 한 절 한 절 읽어가면서, 당신의 글들이 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문득 당신에게 감사했습니다. 이렇게 좋은 글들을 남겨 주셨으니까요. 갑자기 당신의 마지막 말이 떠오릅니다. 하나님께로 가는 마지막 순간, “Let’s go”라고 하셨다죠. 하나님의 품에서는 한글로 쓴 이 편지도 읽으실 수 있으시겠죠? 그래서 늦었지만 당신에게 감사의 편지를 씁니다. 정말 고마웠습니다. 당신을 만날 때까지 계속 당신의 책으로 배우겠습니다. 그때까지 편히 쉬십시오.    
 


임광 목사
워싱톤지구촌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