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으로 도시를 품으라
복음으로 도시를 품으라
  • 이상훈
  • 승인 2018.11.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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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라는 말은 뉴욕에 거주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하지만 동시에 세계 제1의 도시의 시민이라는 자긍심이 배어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정말 그랬다.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쳐 있는 빌딩과 다양한 문화 공간과 예술품이 어우러진 뉴욕의 거리는 세계 그 어느 곳에서도 느낄 수 없는 이국적 매력이 넘쳤다. 거기에 화려한 조명과 거대한 광고판, 전 세계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어우러져 24시간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맨해튼의 열기는 마치 식을 줄 모르는 용광로처럼 뜨겁게 타올랐다. 그렇다면 뉴요커들의 삶은 어떠할까? 현실은 결코 녹록치 않다. 도시가 쌓아 올린 거대한 높이만큼 치열한 경쟁과 값비싼 생활비, 거대한 성취의 욕망이 어우러진 그곳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외롭고 또한 고독하다.  

그러한 곳에 리디머 교회(Redeemer Presbyterian Church)가 있다. 80년대 후반, 팀 켈러(Tim Keller)가 처음 사역을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뉴욕의 크리스천 비율은 단 1% 밖에 되지 않았다. 현대의 바벨탑을 쌓은 도시처럼 거만하고 황폐했던 곳에 사역의 뿌리가 내린지 30여 년, 현재 뉴욕의 그리스도인 비율은 5%까지 성장했다. 지금부터 10년 후에는 15%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작은 지역교회로 시작했지만, 이제는 지역을 넘어 전 세계 도시 선교의 모델이 되어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는 교회가 된 리디머 교회가 궁금했다. 

리디머 교회

필자가 뉴욕을 찾은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리디머의 성장은 미국의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예외적인 사건이다. 사실상 우리에게 알려진 대다수의 메가처치들은 도심이 아닌 주택지가 밀집된 교외 지역에서 태동했다. 넓은 대지에 세워진 거대한 건물과 드넓은 주차장, 어린이들을 위한 놀이터와 운동장, 최신식 실내 체육관과 각종 오락 기계를 갖춘 시설까지 사람들을 끌 수 있는 모든 것을 겸비한 교회들이 미국엔 많이 있다. 그렇지만 도심 한복판은 그 복잡성만큼 목회가 어렵다. 그런 도시의 상징과 같은 뉴욕 한복판에서 성장해 온 리디머 교회는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놀라운 스토리임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떻게 이런 성장과 영향력을 갖게 되었을까? 먼저 도시의 젊고 냉소적인 엘리트들을 끌어들인 것은 크고 편리한 시설이나 프로그램, 서비스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들을 변화시킨 것은 복음 그 자체였다. 리디머의 사역자들은 교회의 DNA가 철저하게 복음 중심이며 하나님의 은혜에 기초하고 있음을 한결같이 고백한다. 복음은 죄로 가득 차 있는 도시를 정죄의 대상이 아닌 구속의 대상으로 본다.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으로 도시가 변할 수 있다는 확신 속에서 그들은 도시를 긍정적(positive)으로 보았다. 그런 관점에서 팀 켈러의 메시지는 도시인들의 실생활과 밀접한 주제들을 다루었고, 교회 밖 삶의 자리에서 복음이 어떻게 현실과 연동되는지를 치밀하게 제시했다. 그의 탁월한 설교와 강의가 도시의 젊은 엘리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이 교회 성장의 제1요소라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팀 킬러
팀 켈러 목사

그렇지만 설교 자체만으로 교회가 건강한 성장을 이루는 것은 불가능하다. 리디머의 또 다른 강조점은 커뮤니티 그룹(community group)으로 불리는 소그룹 사역이다. 성공을 향한 갈망만큼 내면에 가득 찬 공허함을 채워줄 수 있는 공동체를 현대인들은 목말라 한다. 그들은 이성과 지식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진정한 관계를 형성시켜 줄 수 있는 공동체임을 알았다. 커뮤니티 그룹을 통해 함께 예배하고 교제를 나누며 서로를 환대하는 이 작은 모임이 마치 혈관과 같이 서로를 연결시켜 주며 공동체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준다. 이 공동체를 통해 구성원들은 서로를 신뢰하고, 이웃에게 복음을 증거하며, 그들을 다시 제자로 만들어 낸다.   

필자가 발견한 또 다른 요소는 지역에 맞는 존재론적 사역이었다. 리디머교회는 뉴욕 안에서도 다른 종류의 접근과 사역이 필요함을 깨닫게 됐다. 하나의 교회가 여러 개의 독립 교회로 나뉘게 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도시의 동부지역은 이웃과 정의, 제자훈련이, 서부지역은 가족에 대한 가치가, 다운타운은 혁신에 대한 갈망이 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반 마일만 걸어도 완전히 다른 세상이 존재하는 뉴욕의 특성상 그들은 그 필요를 담아낼 수 있는 교회와 목회를 제공하기 원했다.  

이러한 사명감은 뉴욕에 더 많은 교회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그 결과, 리디머교회는 멀티사이트 교회를 넘어 <City to City>로 불리는 교회 개척 사역에 헌신하게 된다. 새로운 교회를 개척하기 위해 자금을 모금하고, 개척센터를 만들고 코칭과 트레이닝을 통해 리더를 세워나가는 일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이를 통해 리디머 교회는 훈련과 파송, 개척까지 이어지는 종합 사역의 허브가 되었다. 오늘날도 이 사역을 배우기 위해 새로운 꿈을 가진 개척자들이 전 세계에서 모여들고 있다.  

북미의 젊은 사역자들을 만날 때마다 자주 듣게 되는 말이 있다. 자신의 사역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치며 롤 모델이 되고 있는 사역자와 교회가 있는데, 바로 팀 켈러 목사와 리디머 교회라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영향력은 의도된 것이 아닌 존재로부터 얻어진 현상이었다. 복음에 기초한 도시를 향한 사랑, 그리고 도시를 섬기기 위한 통전적 접근(holistic)이 교회 공동체와 도시를 변화시켰다. 

오늘 우리의 사역은 복음의 온전성 위에 기초하고 있는가? 
진정으로 지역을 사랑하고 품고 있는가? 
존재로부터 시작하여 도시의 문제와 아픔을 직시하고 있는가?     
하나님 나라를 위한 헌신이 있는가? 

오늘 우리에게도 나 자신을 뛰어넘어 그분의 나라를 향해 나아가는 진정성과 통전성이 필요하다. 바로 그러한 교회가 세상의 소망이 되며 희망의 등대로 서게 될 것이다.


이상훈 교수
교회의 부흥과 갱신에 관심을 기울이며 연구하는 학자이자 목회자이며 운동가이다. 
북미지역의 교회 현장을 직접 발로 뛰며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변화를 체험하면서 
그 원리와 사역을 한국교회에 접목하는 브리저(bridger)이자 촉매자(Catalyst)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저서로 ‘리폼처치’(2015) ‘리뉴처치’(2017), ‘처치시프트’(2017)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