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얼거림 작곡법(허밍 송 라이팅)(1)
흥얼거림 작곡법(허밍 송 라이팅)(1)
  • 전영훈
  • 승인 2018.10.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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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열망

중학교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교회에 저보다 5살 많은 형이 있었는데 그 형은 선교단에서 드럼을 치던 형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그 형이 작곡을 했다고 불쑥 두 곡을 가지고 와서 사람들을 놀래키는 거였습니다. 제가 다른 분을 평가할 처지는 아니었지만, 그 형은 솔직히 악보도 왠지 잘 못 그릴 것 같은 이미지(?)의 형이었기 때문에 그 형이 작곡을 했다는 것 자체가 주위 사람들에게는 너무나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그런데 심지어 그 형의 곡들은 좋기까지 했습니다. 물론 어디서 많이 들어본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뭐라 트집 잡기에는 애매했던, 정말 좋은 느낌의 곡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그 형의 노래를 교회에서 꽤 자주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이야 누구든지 자신의 곡을 써서 녹음을 한 뒤 음원 사이트까지 등록할 수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과 음악을 듣는 사람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경이로운 거리감이 있었습니다.
그 경이로운 거리감을 과감히 깨트려 준 고마운 은인이 바로 그 형이었습니다. ‘저 형이 작곡을 한다면 당연히 나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작곡에 대한 열망이 점점 타오르기 시작하던 어느 날 오후, 저는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공책 맨 뒤쪽을 펼쳐 제 인생의 첫 작곡을 감행했습니다. 그 때가 바로 대한민국 곳곳에 ‘손에 손잡고’가 울려 퍼졌던 세계인의 축제 서울 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중학교 2학년 때였습니다. 
너무 부끄러운 마음에 저의 습작들을 누군가에게 들려주지 못한 채 꽤 오랜 시간 묵혀두었다가 용기를 내어 교회 친구들에게 들려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후로 저의 노래는 조금씩 고등부, 대학부에서 불리기 시작했고, 대학생이 되어 우연히 유명 사역자와의 앨범 작업에 동참하게 되면서 본격적인 전문 작곡가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CCM 사역자이자 송라이터로 활동하면서 지금까지 개인작업과 다른 분들의 음악 작업에 참여해서 현재 약 100여 곡 정도 음원 사이트에 등록이 되어있습니다.   

제가 굳이 이렇게 저의 개인 스토리를 말씀드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들 중에는 저와 같은 출발점을 가진 선후배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곡은 탄탄한 음악적 기초를 가진 사람들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차후에라도 음악적인 전문 지식들을 더 갖추시는 것이 분명 작곡에 큰 도움이 되지만, 작곡을 하는 데 그런 전문적인 지식들이 절대적인 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꼭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요즘 수많은 작곡 관련 서적들과 인터넷 강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을 혼자 공부하는 일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저희 집에도 화성학 관련 책이 10권 가까이 있지만 작곡을 30년 가까이 해 온 저도 가끔은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도저히 완벽하게 이해하기 어려울 내용들이 있습니다. 

조금 더 복잡하고 난이도가 있는 작곡법을 익히기 원하시는 분들은 개인 레슨이나 각자의 방법으로 더 공부하시면 되겠지만, 특별히 이번 글에서는 ‘한 사람의 예배음악사역자를 위한 워십 스토리’가 지향하고 있는 비전문적인 예배음악사역자들의 작곡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저 역시 같은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전공자의 관점이 아닌 철저히 비전공자의 관점에서 나름의 작곡 노하우를 여러분과 함께 공감하며 공유해보고 싶습니다.
제 개인적인 작곡 노하우라 나름의 새 이름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가 피아노나 기타를 연주하면서 만드는 곡이 아닌 거리를 걷다가 무심코 흥얼거림으로 작곡한다는 의미에서 ‘허밍 송라이팅(Humming songwriting)’, 일명 ‘흥얼거림 작곡법’이라고 정해보았습니다.

지금부터 설명하는 작곡의 과정은 객관적인 작곡법의 체계에 따른 것이기보다는 지극히 음악에 대한 일반적인 배경지식만을 가진 이들이 직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순서를 따랐습니다.    

2.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
 
돌아보면 당시 제가 가지고 있었던 작곡의 재료들은 중학교 2학년 수준의 음악상식과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성가대를 하면서 익혔던 클래식 성가들의 화음과 멜로디, 그리고 수업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 들었던 저의 사랑하던 음악들이었습니다. LP판으로 들었던 해외 영화음악, 사이먼 앤 가펑클, 이문세 4집, 일본 뮤지션 소지로의 오카리나 음악, 주찬양선교단, 그리고 라디오에서 나오던 찬양들과 팝송이 저의 뮤즈가 되어주었습니다.     

앞서 저의 작곡 동기에 대해 말씀드렸지만, 우리는 보통 어떤 계기로 작곡을 직접 해보고 싶어질까요? 바로 내가 좋아하는 곡을 듣다가 ‘나도 저렇게 좋은 곡을 직접 만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막연한 동경과 욕구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해 아래 새 것은 없습니다. 과거의 음악으로부터 완벽하게 단절된 음악은 결코 없습니다. 그 말인 즉은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모방을 무시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공적으로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걸고 발표되는 완성된 음악의 경우에는 엄격한 표절의 잣대로 평가받겠지만, 작곡 훈련 과정에서의 모방 훈련은 원 작곡자의 음악적인 노하우를 실질적으로 배우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방법 중에 하나입니다.  
음악을 만드는 방법은 글을 짓는 방법과 매우 유사합니다. 먼 옛날 중국 송나라 때 구양수라는 사람이 말한 ‘다독(多讀), 다작(多作), 다사(多思)’라는 글짓기의 3요소를 기억하시나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기’입니다. 
바로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한 3요소도 이와 유사합니다. ‘다청(多聽), 다작(多作), 다사(多思)’입니다. ‘많이 듣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기’입니다.
그냥 좋아하는 노래를 무작정 지겨워질 때까지 들으세요. 그리고 듣는 것이 지겨워지면 이제 자주 따라 불러보세요. 그러다가 가수의 목소리도 흉내 내 보시고, 노래 중간 중간에 자기 멋대로 꾸임음을 넣거나 조금씩 다르게도 불러보세요. 되던 안 되던 상관없습니다. 좋은 노래를 만들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면 무엇보다도 무모한 시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때론 아예 내가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되어 내 이야기를 노래하고 있다는 상상을 하면서 몰입하면서 듣고 또 부릅니다. 그 과정에서 가사에 대한 깊은 생각이 일어나고 나의 해석이 발생합니다. 나의 정서가 그 노래와 함께 움직이게 되는 것이죠. 물론 감성적인 성향이 강한 분들과 이성적인 성향이 강한 분들이 느끼는 몰입의 방식은 분명히 다르겠지만,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어떤 음악이 나의 마음을 움직인 것을 경험했던 사람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3.  ‘창조의 방’ 

1) 상상 밴드

저는 작곡수업을 할 때 학생들에게 먼저 음악을 색깔로 연상해보라고 합니다. 학생들이 푸른색, 노란색, 빨간색, 보라색 등을 말할 때 저는 그들이 좋아하는 음악 스타일을 추측해봅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음악의 색깔이 있습니다. 차가운 음악, 따뜻한 음악, 기쁜 음악, 슬픈 음악.. 때론 한 사람에게 깊이 각인된 특별한 이미지나 영화 속 한 장면, 혹은 사람, 장소, 물건, 음식 등을 물어보기도 합니다. 그것들을 떠올릴 때 특별히 떠오르는 감정이나 자연스레 연상되는 음악이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 사람의 작곡자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이러한 정서적 공간을 ‘창조의 방’이라고 이름 붙여보고 싶습니다. 작곡자마다 이런 자신만의 창조의 방을 하나씩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나의 창작의 재료들을 담아두었다가 꺼내보는 상자가 필요합니다. 지금 바로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들을 한 번 떠올려보세요. 그것들이 어쩌면 여러분들의 작곡의 최고 재료가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작곡에 대한 열망에 끝없이 사로잡히게 되면 어느 밤 뜬금없이 뮤직비디오에서 보았던 밴드의 리드싱어로 생뚱맞게 자신이 서 있는 꿈을 꿀 때가 꼭 있습니다. 그렇게 잠에서 깨어나면 우리는 이렇게 말할 때가 있죠. “정말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너무 좋은 노래를 내가 부르고 있었어. 그런데 그게 기억이 안나.” 
그런데 이런 상상은 꿈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가능한 상상입니다. 
머릿속에 멋진 공연장이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그 곳에 악기가 하나씩 입장해서 준비하고, 마지막에 나는 마이크를 들거나 악기를 들고 입장합니다. 그리고 드디어 공연이 시작됩니다. 이것은 일종의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실제로 음악가뿐만 아니라 운동선수들도 많이 하는 훈련 기법입니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 지 상상이 안 되시는 분이 계실까봐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나오는 한 장면을 소개해드립니다.

이 영화 속의 한 장면을 여러분도 그대로 떠올리며 연습해보세요. 새로운 노래에 대한 기대가 가득한 마음으로 당신의 음악의 이미지를 한 번 떠올려보세요. 단 이런 황홀한 순간은 여러분이 음악을 정말 사랑하고 많이 듣고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힐 때 찾아온다는 걸 잊지 마세요.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무언가를 새롭게 만들어내기 원할 때, 이런 창조의 방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단 기억해야 할 것은 정말 최소한의 음악적인 지식 없이 이런 상상을 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앙상블에서 잠시 설명 드렸던 최소한의 기초 코드진행은 현실적으로 꼭 알아두셔야 합니다. 아시는 분은 다 아시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현대 예배음악 작곡을 위한 기초 코드진행을 C코드를 기준으로 몇 가지 알려드리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C-G-Am-F-(C-Dm)-G-C 패턴(부흥, 주님 다시 오실 때까지, 성령이 오셨네, 주를 위한 이 곳에 등) 
②C-G-Am-F 패턴(불을 내려주소서, 이 세상의 부요함보다, 주 발 앞에 나 엎드려 등 빠른 모던 락 계열의 노래)
③F-G-Am-(C)-F-G-Am(사명, 느린 모던 락 계열의 노래) 

2) 창조주 하나님에게서 배우기

특별히 좋은 예배음악을 위해서는 성경을 묵상하는 방법을 잘 배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성경을 깊이 관찰하고 묵상하는 법을 잘 배우게 되면 내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해 성경적인 관점이 생기고 그것을 깊이 통찰하는 힘이 생깁니다. 그 힘으로 가사를 쓰게 될 때 말 그대로 영감 있는 메시지를 고백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자연을 신앙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것은 작곡가와 같은 이야기 창조자들에게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자연과 만물 속에 숨겨진 하나님의 스토리텔링을 보고 배우는 것만큼 좋은 창작 훈련이 있을까요? 헤럴드 베스트가 그의 책 『신앙의 눈으로 본 음악』에서 좋은 음악의 특징을 창조성, 탁월성, 다양성이라고 한 것처럼 우리는 창조적이고 탁월하며 다양한 세상을 관찰하면서 하나님의 창작을 직접 배우게 되는 것입니다.  

4. 모티프(위대한 노래는 흥얼거림으로 시작된다)

1) 다윗의 모티프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을 만들기 위한 창작자의 내부 충동, 즉 창작 동기를 모티프(motif)라고 합니다. 동시에 노래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의 리듬과 선율을 또한 모티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여러분, 다윗은 어떻게 작곡을 했을까 상상해보셨나요? 악보도 없던 구전음악의 시대에 다윗은 어떻게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붙이고 기억하고 다른 이들에게 들려주었을까요? 물론 시편 당시에 주로 사용되었던 음악들은 그 지역에서 이미 불리던 민속음악이 많았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음악을 사랑했던 다윗은 우리와 너무나도 비슷한 창작의 욕구에 휩싸여 자신의 고백에 맞는 멜로디를 찾거나 만들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저는 그 장면을 상상해보았습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여호와 하나님을 어떻게 표현할까 이런저런 상상들을 하며 이런 말 저런 말들을 붙여보았겠죠. 때론 양떼를 치다가 잠시 하늘을 바라보다가, 때로는 추운 밤에 양 떼들 사이에서 몸을 숨기고 야수들의 공격에 두려워 떨 때에 하나님을 생각하다가 다윗은 무심코 흥얼거리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다윗은 그 상황을 바탕으로 한 자기 내면의 창작 욕구를 바탕으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모티프(Motif)를 만들었습니다.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다윗은 별안간 자신의 마음을 뜨겁게 물들인 이 한 줄을 잊지 않기 위해 밤새 그 한 문장을 흥얼거리며 양떼 사이에서 겨우 잠들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보잘 것 없던 목동의 작은 흥얼거림은 이제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노래가 되어 수 억 명의 사람들의 입에서 흥얼거려지고 있습니다. 참고로 당시 시편가들은 성전에서 불리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일상에서 불리던 생활음악이었습니다. 그렇게 그의 가슴을 울린 짧은 한 마디의 모티프는 그의 일상의 만남들 속에서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또 다른 누군가의 노래의 모티프가 되었을 것입니다. 대중음악에서는 모티프를 일명 ‘후크’라고도 부릅니다. 임팩트 있는 모티프를 가지지 못한 노래는 제대로 생명력을 발휘하기가 불가능합니다.
이 놀라운 한 줄의 모티프는 그렇게 현장 속에서 다윗의 영적이며 음악적인 상상력을 통해 흘러 나왔을 것입니다.   

2) 모티프 기록하기

초보 작곡가들이라면 자신의 노래를 만들 때 겪는 가장 큰 어려움 중에 하나가 악보를 그리는 일입니다. 중, 고등학교 때 배운 기본 지식을 총동원하더라도 자신이 상상하는 멜로디를 정확하게 악보에 옮겨 담는 일은 초보자에게는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기보를 잘 못한다고 해서 너무 좌절하거나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악보에 기보할 수 있도록 꾸준히 훈련하셔야 하지만, 당장 그것이 힘들거나 또 그것 때문에 오히려 작곡 작업이 경직되는 분들은 자신에게 어울리는 기보법을 개발하셔도 좋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분들은 인터넷을 뒤져보셔서 숫자와 가사로만 되어 있는 중국 악보를 참고해보시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것입니다.
참고로 저는 지금도 악상이 떠오를 땐 이렇게 핸드폰 메모 기능에 이렇게 기보합니다. 멜로디를 정확히 확인하시려면 핸드폰에 피아노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셔서 음 확인 후 메모하시면 됩니다.  

참고로 이 메모는 10여 년 전 필리핀의 한 지역에 선교를 다녀와서 쓰려고 마음먹었던 노래를 간단히 스케치 해놓은 것입니다. 제목을 ‘얼굴’이라고 지으려고 하는데요. 그곳에서 사역하시는 선교사님이 어떤 사역의 여정을 지나오셨는지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문득 선교사님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았습니다. 그렇게 밝지도 않고 또 그렇게 어둡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30대 중반의 얼굴에는 여기저기 주름이 생기기 시작했죠. 그러고 보니 선교사님의 얼굴은 마치 선교사님이 걸어오신 길 같았습니다. 선교사님의 길을 닮은 선교사님의 얼굴.. 그 이미지가 저의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우리가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웠던 은유법, 환유법, 직유법 등의 문법들은 작곡 작업을 위한 창조적 사고를 하는데 커다란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 때의 만남을 통해 느꼈던 마음을 언젠가는 노래로 한 번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후에 선교사님이 문득 문득 생각날 때, 거울 속에 비친 제 얼굴을 들여다볼 때 불현 듯 다시 떠오르는 작곡의 열망을 서 사라지지 않은 그분의 이야기를 이제 노래로 그려보려고 조금씩 스케치를 하고 있습니다. 

저의 작곡 작업은 보통 이런 시작의 과정을 거칩니다. 인상 깊게 다가온 하나의 주제가 가슴에 남으면, 그것을 노래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마치 김장한 배추포기들을 땅에 묻어두듯이 떠오른 생각을 가슴 한 켠에 묻어두면, 신기하게도 이 생각은 어떤 인상 깊은 사건을 겪을 때, 설교를 듣거나 말씀을 읽거나 기도할 때, 아니면 어떤 사람을 볼 때 다시 되새김질되고 그 과정을 통해 재해석되고 확장됩니다. 이런 과정을 제대로 거치면 거칠수록 이 노래는 나의 삶과 더욱 맞닿아 있는 깊이 있는 노래가 됩니다.  

참고로 위의 곡의 경우 모티프 부분은 ‘그대의 눈 속에’, ‘그대의 주름 위’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있습니다. “가사를 먼저 쓰세요? 멜로디를 먼저 쓰세요?” 그러면 저는 “가사가 먼저 떠오를 때도 있고 멜로디가 먼저 떠오를 때도 있어요. 그런데 아주 가끔씩 가사와 멜로디가 같이 떠오를 때도 있어요.”라고 대답합니다. 이 노래의 경우가 바로 가사와 멜로디가 같이 떠오른 경우입니다. 그래서 그 부분의 가사와 멜로디, 코드진행을 조금 더 확실하게 적어놓고 나머지 뒷부분은 우선 대충 생각나는 대로 스케치만 해놓습니다. 무엇보다 1차 스케치는 모티프를 절대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5. 1차 스케치

1) 기록법

이제 전체 노래에 대한 1차 스케치에 대해 설명 드리고 싶은데요. 먼저 스케치의 방법으로는 제가 보여드린 메모의 형식도 있지만, 조금 더 정확하게 곡의 스케치를 기억해두기 위해서는 핸드폰의 녹음 기능을 사용하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핸드폰 녹음 기능은 허밍 송 라이터들에게는 커다란 선물과도 같습니다. 임팩트 있는 모티프가 떠올랐다면 녹음 기능을 사용하여 여러 번 흥얼거리시면서 아무 흥얼거림이라도 녹음해 두십시오. 살짝 바꿔보기도 하면서 녹음 기록에 꼭 모두 남겨두시기 바랍니다. 비록 그것이 내가 원하던 노래의 주요 모티프로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혹시 나중에 또 다른 노래와 더 잘 어우러져서 다른 노래의 모티프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반드시 버리지 마시고 기록해두시기 바랍니다.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일 수도 있지만, 특별히 연주 음악이 아닌 보컬 음악의 경우 피아노나 기타를 치면서 작곡을 하면 자신의 악기의 연주 실력이 탁월하지 않는 이상 연주 실력에 멜로디가 갇혀서 어색한 결과물을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우선 악기 없이 입으로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며 작곡을 하라고 추천합니다. 이 작업이 유용한 또 하나의 이유는 비록 좋은 모티프를 작곡자가 여러 개 만들었더라도 직접 입으로 불러보지 않고 본인이 느끼기에 좋은 모티프 여러 개를 음악의 흐름 없이 그냥 이어붙이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작곡을 처음하시는 분들이 많이 저지르는 실수이기도 합니다. 마치 인터넷에서 눈, 코, 입이 다 잘 생긴 얼굴을 합성해놓은 사진을 보면 오히려 어색한 얼굴형이 됩니다. 잘 생긴 부분과 못 생긴 부분, 그리고 곧은 부분과 비뚤어진 부분이 적절히 조화가 되어 자연스럽고 편한 얼굴이 되듯이 모티프와 조연, 엑스트라의 조화가 적절하게 잘 되어야 더욱 효과적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서 직접 입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불러보면서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체크해야 합니다.  
  
이 곡의 현재 작곡 단계는 거의 초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사실 이런 메모만으로는 정확한 박자나 쉼표 등을 다 담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메모든 녹음이든 개인이 기억하기에 쉬운 방법으로 모티프를 중심으로 흥얼거림을 반복해서 이어가다보면 자연스럽게 전체 그림을 스케치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위에서 제가 공유해드린 메모처럼 몇 단어로 큰 그림만 스케치해두셔도 좋습니다. 꼭 정제된 싯구처럼 멋지게 정리해서 기록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마음에 떠오르는 생각을 수필이나 일기처럼 쭉 풀어서 써두셔도 좋습니다. 위의 보기처럼 모양만 시의 형식을 빌려 그냥 대충 스케치만 해놓습니다 

어쩌면 위의 가사와 멜로디는 거의 반 이상 바뀌거나 아니면 극히 일부분만 사용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 재미있는 사실은 이렇게 모티프만 어느 정도 정해지고 전체 스토리는 대략적으로만 스케치된 노래 조각들은 두 개가 합쳐져서 하나의 새로운 노래가 될 수도 있습니다. 참고로 제 메모장에는 이런 상태의 노래 조각들이 항상 몇 곡 메모되어 있습니다.

이 메모는 ‘얼굴’에 대해 아이디어를 고민하다가 잠시 덮어둔 뒤에 다시 기록한 메모입니다. 
한 노래에 대한 작곡 아이디어를 한 메모에만 적어두지 않고 이렇게 따로 메모해 둘 때 생기는 좋은 점이 있습니다. 작곡자가 너무 처음의 관점으로만 주제에 집중하다가 그 생각에만 매몰되어 이야기의 길이 막혀버릴 때가 있습니다. 그 때 이런 추가 메모는 노래의 길을 새롭게 확장시키는 좋은 단서가 됩니다.
앞 메모가 선교사님의 얼굴에 대한 생각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뒷 메모는 ‘우리의 얼굴은 삶의 지도’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그리고 그 위에 예수님의 얼굴이 보인다는 내용으로 전개해보려고 했습니다. 
지금까지 주제의 전개를 보면 이렇습니다.

선교사님의 얼굴 → 삶의 길 → 예수님의 얼굴 → 우리의 얼굴, 길 

노래가 완성되어가면서 바뀔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인 곡의 메시지 방향은 이렇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실 실제 작곡 작업을 보지 않고서는 작곡에 대한 설명이 조금은 막연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론적인 설명보다는 실제 작업의 과정을 여러분과 공유해드리면 이해하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기왕 저의 노래를 언급한 김에 그냥 다음 회까지 이 곡을 한 번 완성해보려고 합니다. 


2) 레퍼런스 찾기

우리에게 어떤 악상이 떠오를 때 우리는 보통 이전에 들었던 음악들을 토대로 음악의 색깔이나 느낌을 정합니다. 그것을 보통 레퍼런스 음악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얼굴’의 경우 3박자의 어쿠스틱한 연주에 첼로나 스트링의 느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참고가 될 만한 몇 곡을 떠올려보았습니다. 
첫 번째 곡은 좀 오래된 곡이긴 한데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연으로 나왔던 로미오와 줄리엣의 ost 중에 I’m Kissing you라는 곡인데, 여기에서는 주로 악기나 편곡의 느낌을 참고했습니다. 

그리고 선교사님께서 김동률이라는 한국 가수를 좋아하시고, 선교사님의 목소리도 낮고 부드러운 편이시라 그것을 상상하면서 클래시컬한 느낌을 살리고 길을 걷는 듯한 왈츠의 리듬을 떠올리며 작곡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레퍼런스 곡은 자세하고 많을수록 좋습니다. 어떤 레퍼런스는 편곡 느낌, 어떤 레퍼런스는 악기 연주 스타일, 또 어떤 레퍼런스는 보컬이나 사운드 등 구체적으로 레퍼런스를 자세히 선택할 때 이후 편곡과정에까지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 중에 특히 보컬 곡의 경우 작곡을 할 때 보컬을 미리 염두에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한데, 노래의 느낌을 잡기 위해 내가 좋아하는 보컬리스트가 노래한다는 상상을 할 때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후에 곡을 부를 대상을 떠올리며 너무 높거나 낮지 않게 부를 이들을 고려해서 높낮이를 조절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곡하는 곡이 본인이 주로 본인이 부를 노래면 정확히 본인의 음역대에 맞게, 아니면 회중들이 함께 부를 노래면 회중들의 음역대에 맞게 조절해야 합니다.

3) 가사 스케치

이렇게 스케치된 재료들을 정리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 드리고 싶은데, 가사와 멜로디를 한꺼번에 다루기엔 무리가 있을 거 같아서 이번에는 가사에 대해서만 다루고 다음 회에 멜로디에 대해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가사의 유형에는 누군가와 대화를 하듯이 이야기를 끌어가는 대화형, 마치 한 폭의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은 이미지 형, 언어의 특징을 잘 살려 반복과 대조 등의 언어유희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라임형의 가사가 있습니다. 이 유형들 중에 대상자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특성에 따라 적절한 유형을 선택하면 좋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보통 작사자 개인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유형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듣기에 좋은 달콤한 미사여구가 가득한 노래도 좋지만, 제대로 된 묵상 과정을 통과 한 담백하고 짧고 깊은 메시지는 오랜 시간 성도들의 가슴을 울리는 노래가 됩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바로 찬송가입니다. 비록 한글의 어법이 오래되긴 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찬송가의 가사를 깊이 묵상하고 연구하는 것은 여러분의 가사쓰기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사를 스케치한 후에 나중에 멜로디와 조합할 때는 동사가 명사로 바뀔 수도 있고((ex)주님을 찬양합니다. → 주 찬양), 존댓말이 반말로 바뀌거나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ex) 내 영혼은 안전합니다. → 내 영혼 안전해). 그리고 시적 허용에 의해 전치사나 수식어 등이 생략될 수도 있고 추가될 수도 있습니다(주님의 뜻은 넓고 깊습니다. → 주 뜻 넓고 깊어).   
이 과정에서 멜로디와 가사의 유연한 조율이 필요합니다. 좋은 가사와 멜로디 둘 중에 하나를 반드시 포기해야 할 상황이 오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항상 전체의 스토리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드러날까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추어 가사 혹은 멜로디를 수정하시기 바랍니다. 

6. 더하기와 빼기

음악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간단히 표현해보면 더하기와 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사와 멜로디가 더해지기도 하고 빼지기도 하면서 한 곡은 그렇게 완성되어 갑니다.
처음 소망의 바다 활동을 시작할 때 한 선배님께서 저의 긴 가사를 보시면서 하신 말씀이 기억납니다. “아직 너는 할 말이 참 많구나. 그래 20대 때엔 그렇게 많이 표현해야 해.”라고 격려해주셨는데 40대에 접어들면서 이제 그 말씀이 어떤 의미인지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저는 제자들과 후배들에게 늘 이렇게 말해줍니다. 

“음악의 여정을 전체적으로 생각해보면 20대는 더하기를 열심히 해야 할 때야. 그러니 최대한 많이 듣고 많이 시도해보고 다양하게 도전해서 음악의 그릇을 넓혀야 해. 그런데 30대 중 후반이 지나기 시작하면 이제 빼기를 해야 할 때가 조금씩 올 거야. 넓이가 아닌 깊이가 필요할 때지. 더해서 좋은 음악을 만들기보다 빼서 좋은 음악을 만들기가 훨씬 어려워. 그러니 우리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더하고 빼자.”

아마 제가 50대가 되면 또 다른 음악의 여정의 깨달음이 있겠죠? 

아무튼 지금까지 설명드린 흥얼거림 작곡법의 순서를 기억하기 쉬운 간단한 도식으로 표현하면 이렇습니다.
열망 → 모방 → 창조의 방 → 모티프 → 1차 스케치 → 송폼 구성
→ 수정 → 피드백 → 마무리 

다음 회에서는 곡의 송폼 구성부터 마무리 작업까지 마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전영훈
싱어송라이터로 CCM그룹 소망의 바다에서 활동했고, 침례신학대학원, 백석예술대학, 서울종합예술대학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왔다. 현재 서울 삼일교회 청년사역 담당목사로 섬기고 있다. 사람을 세우고 교회를 세우며 디아스포라 리더십을 세우는 선교적 교회 사역을 꿈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