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에는 ‘나니아의 옷장’에 들어오세요'
금요일 밤에는 ‘나니아의 옷장’에 들어오세요'
  • 국민일보
  • 승인 2018.10.0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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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문화공간으로… 이재윤 주님의숲교회 목사

서울 성북구 동선동4가 상가 건물 지하 1층 ‘나니아의 옷장’. 입구의 옷걸이 모양으로 된 간판이 어떤 곳인지 궁금증을 유발한다. 문을 여니 은은한 조명이 비치는 132.2㎡(약 40평)의 아늑한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정면엔 공연을 위한 신시사이저 드럼 스피커 등이 있었다. 반대쪽에는 의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왼쪽 책꽂이에는 책과 핸드메이드 소품들이 진열됐고 빈티지 스타일의 테이블과 의자들이 있었다. 지난달 28일 만난 나니아의 옷장 대표 이재윤(41) 주님의숲교회 목사는 “간판만 보고 온 사람들은 이곳이 옷 가게인 줄 안다”며 웃었다.
 

‘나니아의 옷장’ 대표 이재윤 주님의숲교회 목사는 “나니아의 옷장이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지수 인턴기자
‘나니아의 옷장’ 대표 이재윤 주님의숲교회 목사는 “나니아의 옷장이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송지수 인턴기자

나니아의 옷장은 주님의숲교회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매주 금요일 저녁 8시 ‘나니아의 옷장 금요라이브’가 열리기 때문이다. 지역민에게 열린 문화행사로 2015년 1월 시작했다. 

이 목사는 “주중에도 교회 공간을 활용하고 지역사회를 위해 한 가지라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성도들과 공간을 기획했다”며 “우리 교회는 문화라는 접점을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에서 기독교 가치를 기반으로 한 문화를 통해 현대인에게 위로와 힘을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문화선교에 대한 사명감이 있다. 정식으로 음악교육을 받은 건 아니지만 20대 시절 인디밴드에서 활동한 이력도 있다. 2014년 10개월 동안 문화선교에 뜻이 있는 지인들과 기도 모임을 갖기도 했다. 문화예술 종사자 등 20여명이 모였다.

문화선교를 향한 큰 그림은 점점 구체화됐다. 이 목사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하나님은 같은 비전을 가진 사람들을 붙여주셨다. 우리 재정으로 마련할 수 있는 이 공간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나니아의 옷장 이름은 C S 루이스의 소설 ‘나니아 연대기’에서 가져왔다. 이 목사는 “책에서 아이들이 옷장 문을 열면 예수님이 다스리는 ‘아슬란’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이곳에 들어오는 많은 사람이 하나님 나라와 만날 수 있는 신비로운 장소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이름을 지었다”고 소개했다.
 

크리스천들이 건강한 기독교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서울 성북구 ‘나니아의 옷장’ 내부 모습. 매주 금요일 ‘나니아의 옷장 금요라이브’에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크리스천들이 건강한 기독교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서울 성북구 ‘나니아의 옷장’ 내부 모습. 매주 금요일 ‘나니아의 옷장 금요라이브’에선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볼 수 있다. 송지수 인턴기자

매주 금요일엔 금요철야 대신 지역민을 위한 공연이 열린다.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이 무대에 선다. 그렇다고 CCM만 부르는 것은 아니다. 재즈 인디 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이 열린다. 공연을 위해 성도들과 외부인들이 티케팅 등으로 봉사한다. 이 목사도 팔을 걷어붙이고 음향 엔지니어, 기획, 청소 등 1인 다역을 한다. 티켓은 건강한 기독교문화를 만들기 위해 유료로 판매한다. 

공간은 북콘서트 영화상영 등의 장소로도 활용된다. 매주 화요일 저녁엔 성경공부가 진행된다. 토요일엔 개인과 교회 등에 저렴한 가격으로 대여한다. 주일엔 교회 현수막과 작은 십자가를 걸고 예배를 드린다. 참석자들은 소박하고 따뜻한 울림이 있는 공연을 볼 수 있다고 만족해한다. 공연자들은 이 무대를 통해 회복되고 격려를 받는다고 한다. 

문제는 임대료다. 작은 교회가 매달 높은 월세를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 성도들의 헌신과 교회들의 꾸준한 후원이 있었다. 이 목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버틸 수 있었다. 이 사역에 참여해준 성도들이 자랑스럽다. 성도들이 이 사역을 계속 해보자고 해서 2년 임대 연장을 했다”고 말했다.

나니아의 옷장은 보석 같은 크리스천 아티스트들을 세워주고 건강한 기독교문화를 만드는 공간으로 쓰이길 기대한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