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
태풍이 지나가고
  • 김경현
  • 승인 2018.07.05 09: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경현의 취향선물

#취향선물(7) 
#박새별 #노래할게요 #영화 #태풍이지나가고

잘 지내나요?

 태풍이 지난 후, 유난히 고요하고 정적인 하늘을 만났어요. 하늘을 올려보다 문득 내가 편지에 자주 쓰던 그 소설의 한 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바다에서 기다릴게. 작은 배로 네가 다가오기를... 나는 큰 배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소설 [바다에서 기다리다] 이토야마 아키코

 소설에서처럼 우리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던 날들을 떠올려보면, 다가온 슬픔에 드리운 막막함 때문만은 아니었지요. 여름날 새벽 공기에 취해 서로의 꿈에 대해 나누던 그 밤, 소중히 품어온 마음을 고백하던 그 날에도 우리는 대단하진 않았지만 용기내어 걸어낸 한 걸음에 박수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귓가에  그녀가 노래하네요.

나는 아직 작고 연약한 씨앗일 뿐이죠
지금 내 곁엔 아무도 없어요 
하루 하루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나도 싹을 틔울 거에요

난 이제 믿을 수 있어요
보이진 않지만 
내 안엔 누구보다 강한 힘이 있어요 
노래할게요 이렇게 
언젠가 그대 귓가에 닿을 수 있도록 

Let me sing for the hope 
난 느낄 수 있어요 
Let me sing for the joy 
난 믿을게요
언젠가 우리의 노래가
밝은 등불이 되어
세상을 환하게 비출거예요

나는 두렵지 않아요
이제 시작일뿐이죠 
모든 힘 다해 나의 길 걸어 갈 거예요
보여줄게요
이렇게 찬란한, 
아름다운 빛, 그대에게로 

Let me sing for the faith
난 느낄 수 있어요
Let me sing for the love
난 믿을게요
언젠가 그댈 만나 
같은 꿈을 꾸면서 
기쁨의 노래를 
부를거예요

Let me sing for the dream 
나 알고 있어요 
세상의 빛이 되는 노래, 
나 살아가는 이유, 
잊지 않을게요 
언제까지나
노래할게요.

노래할게요(작사 박새별)

 크게 자라 꼭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나는 오늘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우리 서로에게 빛이 되자 약속했죠. 그 빛은 본래 우리 가슴에 심기워 있는 씨앗과 같아서 당장에 보이지 않더라도 물을 주고 햇빛을 향해둔다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게 될 것입니다. 태풍이 지나간 하늘이 왠지 이전보다 흠 없고 맑아진 것같은 색을 경험하게 하듯, 한 차례 혹독한 열병을 겪어낸 내 삶에도 보다 흠 없고 맑아진 색을 기대해봅니다.

 영화 [태풍이 지나가면]을 본 적이 있나요? 되고 싶었던 어른이 되었느냐는 아들의 질문에 “아빠는... 아직 되지 못했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철부지 아빠 료타(아베 히로시 분)의 이야기가 나오죠. 하지만 그 순간 료타는 또 다른 모습으로의 어른이 되어가고 있던 겁니다. 그가 말했듯 그런 마음을 품고 살아갈 수 있는 것, 그 자체가 우리의 내일에 거름과 햇빛이 될테니까요. [뉴스룸]이었나요? 그 미드에서는 찰리가 이렇게 말했잖아요. “그거 알아 친구? 옛날, 내 말은 지나간 10분 전쯤에 우리는 좋은 뉴스를 했어. 어떻게 그게 가능했는지 알아? 우리가 그러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우리가 그러기로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우리는 모두 누구에게든 도움이 되는 모습으로 인생이라는 멋진 작품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요.

 

"이 귤나무 기억하니?"

"고등학교 때 내가 귤씨 심은거네?"

"꽃도 열매도 안 생기지만 너라고 생각하고 날마다 물 주고 있어.
 그래도 애벌레가 이 잎을 먹고 자란단다. 어쨌든 누구에게든 도움은 되고 있어."

-영화 [태풍이 지나가면] 중 요시코(키키 키린 분)의 대사

 

 이 작품의 원제목은 [바다보다 깊이]라고 해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태풍이 지나간 뒤의 아파트 단지의 풀밭은 어째서 그토록 아름다운가. 변한 건 아무것도 없는데 태풍이 몰아친 간밤에 마치 뭔가 크게 달라진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라고 했다지요. 어쩌면 우리가 겪어낸 인생의 커다란 태풍 후에 이렇다할 삶의 변화가 없더라도, 어제의 그대보다 더 나은 모습이 아니어도, 우리에게 남아있는 나날들은 바다보다 더 깊이 우리가 가늠할 수 없는 그 곳까지 펼쳐져 있습니다.

 크게 자라 꼭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나는 오늘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지내고 있나요?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게 아닙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당신이 살아낸 하루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는 것을 믿고 있습니다.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이영현, 제아 [하모니],  송은정 [Pray for #]

 

 


김경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론리뮤직레이블(LML)대표, 싱어송라이터, 컨텐츠큐레이션,
아이머스 실용음악학교 강사, 김경현1집 [Life Drawing], Mr.Lonely Project 등 음반발매 및 앨범 기획 제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