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바다에 서서 우리를 꿈꿨다
나는 바다에 서서 우리를 꿈꿨다
  • 김경현
  • 승인 2018.06.13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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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현의 취향선물

#취향선물(4) #나는바다에서우리를꿈꿨다
#Chuva(비) #Mariza

삶의 평범한 일상은 그리움이 되지 않아요
고통스러웠거나 혹은 웃음 지었던 기억만이
그리움이 되죠

인생의 이야기 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이들이 있죠
하지만 그 이름조차 기억되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내가 지닌 그리움에 생명을 불어넣는 감정들이 있어요
한 때 당신 곁에서 느꼈지만 이제는 잊혀진 그 감정들

우리의 삶에, 우리의 영혼에 흔적을 남긴 날들
난 당신이 떠난 그 날을 잊지 못합니다

그 때의 비는 서늘하게 지친 내 얼굴을 적셨지요
그 비는 추억의 빗방울이 되어 내 창을 두드립니다

 

 

 제주 조천읍에 자리한 ‘연북정(戀北亭)'에 서있다. 예로부터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관문이었던 이 곳은 유명 관광지를 벗어난 조용한 마을을 닮아 늘 고요하다. 그리움과 가장 맞닿아 있는 정도의 음량으로 바람 소리가 귓가를 스치고 차분히 걷다보면 작은 풀들과 맞닿는 나의 발자국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때로 우리는 고요함 속에서 그리움을 만날 수 있다. 어쩌면 고요함 속에서야 마땅히 그리워해야 할 것을 그리워하게 된다. 조선시대 제주로 유배되어 온 이들이 한양의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임금에 대한 사모의 충정을 보낸다는 뜻의 정자 연북정의 터는 오늘의 제주에도 남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움은 바다를 향한다. 아니, 바다를 향하는 곳에는 그리움이 품어지기 마련이다. 바다를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살아온 리스본 사람들의 정서가 깊게 담긴 음악, 파두(Fado)도 그렇게 바다를 향해, 그리움을 향해 흐른다.

 파두 하우스로 불리는 레스토랑에서는 수시로 ‘파두’가 공연되는데, 최근에 우리는 TV 프로그램 [비긴 어게인2]를 통해 그 안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다.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다 파두 가수와 연주자들이 입장하고 그들 틈-정말 숨소리도 다 들릴만큼 가까이에-에 앉아 노래를 시작하면 이내 모두 집중하여 그들이 노래로 읊어주는 시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연주가 마치면 잠깐의 쉬는 시간 동안 공연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간결한 밴드의 구성 때문인지 파두 가수들의 가창기법 때문인지 듣는 이로 하여금 특별히 가사에 더 집중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음악이라는 매체로 세대를 아우르면서도 고요한 속에서 울림을 즐길 줄 아는, ‘경청(傾聽)의 문화'가 전수되어 진다는 것이 신비롭고 아름답다 여겨졌다.

 최근 ‘경청의 문화’는 온오프라인을 아울러 중요한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았다. 각종 미디어에서도 강연과 토론을 통해 세대간의 간극을 줄이는 중요한 소통의 방식으로 사용된다. 

 현재 우리 나라는 음악에 대한 소비가 상당히 특정 장르에 편향되고 가사의 내용에도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 [비긴어게인]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젊은이들에게도 '파두'라는 음악의 매력이 전헤지고 관심을 유발한다는 것에 취향의 경계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예로부터 우리에게는 이미 마당극을 중심으로 장터에 편히 앉아 삶 속에서 예술을 즐기고 경청하는 음악적 소비를 하던 피가 흐르고 있지 않았는가?

 마땅히 그리워해야할 것들이 있다면 이런 것들이다. 서로의 그리움을 공감하고 서로를 존경하는 마음을 품어 진지하게 낯선 이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주는 것.

 나는 바다를 향해 서서 그것을 꿈꿨다.

 오디세우스가 세웠다는 전설을 품고 있는  파두의 도시 포르투갈 리스본, 
알프레드 테니슨(Alfred Tennyson)의 시 [Ulysses]에서의 오디세우스는 어딘가에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 없이 가슴 속 막연한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 탐험가의 모습이다.

 그 시의 일부로 이야기를 마무리 해본다.

우리는 비록 많은 것을 잃었지만
아직 남아있는 것이 많다
옛날에 천지를 뒤흔들었던 그런 힘은
이제 더 이상 없지만
우리는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
우리는 비록 시간과 운명으로 쇠약해지긴 했어도
본성은 변함없이, 영웅적인 기백으로, 노력하고,
추구하고, 발견하고, 포기하지 않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에


 나는 바다에 서서 우리를 꿈꿨다.


함께 들으면 좋은 노래
김동률 [너의 바다에 머무네], 김윤아 [고향의 봄]

 

 

고향의 봄_ 김윤아 https://tv.naver.com/v/3201615

 


김경현
서울예술대학 연극과 졸업
론리뮤직레이블(LML)대표, 싱어송라이터, 컨텐츠큐레이션,
아이머스 실용음악학교 강사, 김경현1집 [Life Drawing], Mr.Lonely Project 등 음반발매 및 앨범 기획 제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