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교회의 미래는 본질이 답이다.
[이상훈] 교회의 미래는 본질이 답이다.
  • 이상훈
  • 승인 2018.04.16 10: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가을, 세계적인 미래학자로 알려진 레너드 스윗(Leonard Sweet)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오래전부터 수십 권의 저서를 통해 북미는 물론 한국 교계에도 신선한 충격과 자극을 주어왔던 인물이었기에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멀지만, 행복한 여행이었다. 정말 그랬다. 그를 만나는 여정은 물리적으로 정말 멀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시애틀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별을 보고 나와 3시간에 걸친 비행과 2시간의 운전, 그리고 배를 타고 1시간을 더 간 후 비로소 그가 살고 있는 섬에 도달했다. 물론, 아직도 그의 집에 도착한 것은 아니었다. 시애틀 북단의 아름다운 섬 바다 앞에 위치한 그의 집에 가기 위해서는 어두워진 밤길 보슬비를 맞으며 30분을 더 이동 해야했다. 꼬박 하루가 걸린 셈이다. 그렇지만 따듯한 환대 속에서 사모님께서 정성을 다해 준비하신 저녁 식탁을 나누다 보니 피로는 사라지고 어느덧 웃음꽃이 피었다. 이곳까지 오기 위해 거쳐야 했던 여러 경로가 대화를 여는 재료가 된 것 또한 감사했다. 이후 여러 질문을 통해 그가 평생 쌓아온 지혜의 문을 두드렸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삶의 굴곡과 어려움은 없었는지, 개인적인 사안부터 교회의 현재와 미래에 이르기까지평생을 새로운 문화 환경 속에서 교회됨을 고민해 왔던 한 학자의 혜안과 안목을 배우는 시간은 참으로 풍성했다.  

 

 

밤이 깊어가면서 만남을 마무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 준비해온 20가지 항목 중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오늘날 교회는 어떻게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운동을 만들 수 있는가? 몇 년 동안 이 문제를 가지고 씨름해오던 필자에게 이 시대 최고의 미래학자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을까? 기대를 가지고 기다리던 그의 대답은 이런 것들이었다.

 

성경으로 돌아가라!”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문화로 읽으라!”
"
성령 안에서 예수님을 재발견하라!”

 

어쩌면 너무 평범한 대답이었다. 뭔가 새롭고 획기적인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조금은 실망스러운 응답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무엇을 찾고 있었나? 어떤 새로운 것을 찾아 헤맸나?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발견했나? 변혁과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시도되어왔던 많은 일들 가운데 교회의 심장을 두드리고 깨어 다시 뛰게 한 운동들은 어떠한 것이 있었나? 제한된 지식과 경험을 반추하면서 지금까지 발견한 것들을 재해석하기 시작했다.

분명한 점은 변혁과 혁신은 그 뿌리가 불분명할 때 금세 생명력을 잃고 만다는 사실이었다. 이제까지 전 세계적으로 바람을 일으키며 사람들의 눈과 귀를 자극했던 사역들을 보라. 거기서 제시됐던 반짝이는 방법론과 현혹스러운 성공 사례들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현상을 바라보며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너무나 많은 이들이 마치 꿈속의 요정과 함께 파랑새를 찾아 헤매듯 오늘날도 성공이라는 신기루를 좇아 나아간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붙잡을 수 없는 파랑새로 인해 우리는 실망하고 또 좌절한다. 정작 파랑새는 자신의 새장 속에 있는 것도 모르고 말이다.

MIT의 오토 샤머(Otto Scharmer )와 카트린 카우퍼(Katrin Kaufer)본질에서 시작하라는 책 서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미 혼란의 시대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어찌 보면 개인과 세계가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지금 만큼 높은 때도 없었다. 현재는 우리에게 주어진 기회의 시간이다.” 왜 그런가? 그들의 관점에 따르면 “혼란의 시점에는 소멸과 새로운 탄생의 가능성이 공존하기 때문이다.[1] 이 말은 거대한 미래의 도전 속에 변화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에게 즉각적인 두려움이 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무언가를 다시 채워야 할 빈 공간을 제공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뜻이다.[2] 그런 차원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자는 소멸될 것들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낡은 것들로 빈 공간을 채우려 해서도, 과거 성공의 기억에 머물러서도 안 된다. 오직 현실을 직시하고 미래를 바라보아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무엇으로 새로운 기회와 빈 공간을 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바로 여기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원리가 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시작은 반드시 본질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점이다.   

새로운 갱신 운동의 현장을 연구하면서 발견한 것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교회가 일어나 회중을 깨우고 세상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은 특정 프로그램이나 전략이 아니었다. 유명한 학자의 신학도 철학도 사상도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가르침을 따르는 일로부터 발생했다. 오늘날 사람들이 목말라 하는 것이 바로 여기에 있다. 살아있는 예수와 그분이 전해주신 하나님 나라의 복음, 그것에 의해 움직이고 그것에 의해 생명을 거는 교회와 공동체를 그들은 목말라 한다. 인간의 지식과 이성이 곁들여진 얄팍한 진영 싸움이 아니라 시대를 초월해 구원의 능력을 행하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그 본체이신 예수 그리스도, 그리고 오늘도 우리 가운데 거하시며 하나님의 현존을 증거하시는 성령의 능력을 그들은 사모한다.

 

복음 아래 뿌리를 내릴 수 있는가!
복음으로 자신을 보고 교회 공동체를 볼 수 있는가!
복음의 본질 위에서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할 수 있는가!
우리의 부르심은 무엇 때문이며, 무엇을 위해 보내심을 받았는가!

 

부르심과 보내심의 본질은 성경 안에서만 찾을 수 있다. 그러므로 성경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러나 그 반응은 각자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야 한다. 각자의 언어와 문화 속에서 성경을 읽고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나아가 성령께서 우리를 향해 이루고자 하시는 소명과 사명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분의 이끄심에 반응해야 한다. 예수께서 보여주신 그 길을 우리는 따라야 한다.

 

미래의 해답은 어디에 있는가?
본질에서 찾아야 한다.
본질이 답이다


[1] Otto Scharmer and Katrin Kaufer, 본질에서 답을 찾아라(Leading from the Emerging Future). 엄성수 역, (서울, 티핑포인트, 2014), 13.

[2] 같은 책, 56.


이상훈 교수
풀러선교대학원 겸임교수, SOMA University 학장, ‘미션플러스 사역 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