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해본 사람만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더 먼 여정, 인생 후반부를 위하여
“추락해본 사람만이 위로 올라갈 수 있다” 더 먼 여정, 인생 후반부를 위하여
  • 국민일보
  • 승인 2018.03.0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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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쪽으로 떨어지다/리처드 로어 지음/이현주 옮김/국민북스
                위쪽으로 떨어지다/리처드 로어 지음/이현주 옮김/국민북스

 

‘인생의 후반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100세 시대를 맞이한 우리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을까 싶다. 대부분 사람은 인생의 전반전을 잘 치르고 살면, 후반부 인생은 덤으로 주어질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인생의 전반전은 그저 준비운동일 뿐, 아직 완전한 여정이 아니며 진정한 인생의 승부가 결정될 ‘더 먼 여정(further journey)’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생의 전반부에서는 대본(臺本)을 발견하고, 인생 후반부에서는 그것을 실제 베껴서 간직하는 것이다. 전반부 인생과 후반부 인생은 단절된 별개의 개념이 아니다. 전반부 인생의 단계를 잘 살고 잘 마쳤을 때 우리는 곧장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기꺼이 나아가게 된다. 오직 전반부 인생에서 실패와 몰락을 경험한 사람들만이 후반부 인생의 더 먼 여정에 온전히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책 전반을 통해 강조하고 있는 내용이다. “아래로 내려간 사람들만이 위로 올라가는 것이 무엇임을 이해한다. 아래로 떨어진, 그것도 잘 떨어진 사람들이 위로 올라갈 수 있고 그 ‘위’를 오용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다.”(27쪽)

역설적인 책 제목 ‘위쪽으로 떨어지다(Falling Upward)’가 눈길을 끈다. ‘어떻게 아래가 아니라 위로 떨어질 수 있는가.’ 책을 읽으면서 ‘오직 추락해본 사람만이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가 다가왔다. 추락과 회복이 모두 하나님의 자비로운 은총이라는 것이다. 아래로 떨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게 실은 위쪽으로 그리고 영혼의 온전함을 발견하는 것이다. 

전반부 인생의 모든 임무를 마치고 온전히 후반부 인생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가 아니라 성장하기 위해서 살아간다. 더 이상 경쟁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후반부 인생에게는 우주가 추는 총체적 춤의 한 부분이 되는 것만으로 충분히 좋다. 춤마당에서 누구보다 돋보이거나 더 잘 추는 모습을 보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이제 그의 인생의 의미는 자기를 돋보이는 데 있지 않고 함께 참여하는 데 있다.”(184쪽) 주위를 돌아보면 연령적으로는 인생의 후반전을 살고 있지만 여전히 자기를 돋보이려는 데 혼신의 힘을 쏟거나 인생의 대본만을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인생의 비극이 아닌가.

인생 후반부의 온전한 삶(whole life)을 살기 위해서는 집으로 상징되는 안전지대를 떠나봐야 한다. 더 크고 진짜인 집을 찾기 위해서 일단 집을 떠나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이 깊이 다가온다. 온전한 후반부 인생에 들어간 사람들은 인생의 전반전에 췄던 생존의 춤(survival dance)을 멈추고, 성스러운 춤(sacred dance)을 추게 되며 더 높은 무대에서 언제나 낮은 무대를 품어 안는 넉넉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더 좋은 것을 실천하는 게 나쁜 것에 대한 최선의 비판이라는 사실을 몸으로 체험한다. 

저자는 인생의 온갖 어려움이 공격이나 비판으로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밝은 곳’으로 떨어지는 것, 즉 더 좋은 걸 실천하는 일이 ‘나쁜 것에 대한 최선의 비판’이라고 말한다. 추락은 끝이 아니다. 실은 다시 뛰어오르게 하는 동기가 된다. 이제 참된 자아를 찾고 진실과 선함과 아름다움을 갈망해야 한다. “후반부 인생을 살고 있는 당신은 이제 진정한 당신이 누군지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거울에 그것이 어떻게 비쳐지는지를 분별할 줄 알 것이다. 그리하여 다른 사람들의 칭찬이나 비난에 너무 심각한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227쪽)

우리가 모험을 경험하고 자아를 발견한 후 돌아온 ‘집’은 하나님 안에 있는 우리의 참 자아인 ‘영(靈)’의 다른 이름이다. 이제 우린 하나님의 형상인 자신의 모습을 비춰주는 참된 거울 하나를 지녀야 한다. 그 거울을 통해 지나온 삶을 성찰하고 그동안 받은 은혜를 세상에 돌려주는 것이 후반기 인생의 과제이다. 

저자는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을 전공한 미국의 대표적 영성가로 미국 뉴멕시코주 앨버커키에 본부를 둔 ‘행동과묵상센터’의 소장으로 있다. 책을 번역한 이현주 목사는 “헨리 나우웬의 글을 읽은 사람들은 이제 리처드 로어의 글을 음미해야 한다”면서 천천히 여러 번 읽기를 권했다.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