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황을 붙잡아 두려면
봉황을 붙잡아 두려면
  • 손철주
  • 승인 2018.02.14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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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실대는 파도 위로 흩어지는 구름,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해돋이, 오래된 가지에 주렁주렁한 복숭아, 날개를 퍼덕거리며 우짖는 봉황…. 묵은 때 씻고 복된 꿈 얻는 설날 아침, 저 멀리 18세기에서 날아온 ‘연하장’이 온 누리를 상서로운 기운으로 채운다.

보낸 이는 조선 후기 화가 이방운. 그는 덕담을 보탠다. ‘빛살이 천만리에 뻗치니/ 황금빛 햇무리가 솟구치네.’ 그림은 동세(動勢)가 뚜렷하다. 소재마다 희망에 차 꿈틀거린다. 간소한 붓질과 조촐한 색감으로 문기 짙은 그림을 그려온 이방운이 모처럼 생심을 냈는지, 여백 하나 없는 짜임새로 완미한 정경을 뽐낸다.

이 그림은 곰살맞은 이야기를 품었다. 저 복숭아는 희귀한 반도(蟠桃)다. 꽃피는 데 삼천 년, 열매 맺는 데 삼천 년, 익는 데 삼천 년, 합쳐서 구천 년이 돼야 맛볼 수 있는 선식(仙食)이다. 모쪼록 오래 살아야 한다. 봉황은 새 가운데 으뜸이다. 봉황은 부리로 곤충을 쪼지 않고 살아있는 풀을 밟지 않는다. 대나무 순을 먹고 감로수를 마시며 오동나무에 앉는다. 웬일로 복숭아나무에 앉은 그림을 보는 우리, 올해 운수대통이다.

봉황은 성인이 태어나거나 도리와 명분이 바로선 나라에만 깃든다. 해 돋는 동해에 오래 머물게 하려면 나라는 잘 다스리고 사람은 앞가림 잘 해야 한다.

손철주(미술칼럼니스트·학고재 주간)